취업 대신 개도국으로 2년간 해외봉사 다녀온 코리아텍 졸업생 류호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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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했기 때문에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코리아텍 졸업생인 류호재(맨 뒷줄 오른쪽 첫 번째)씨가 키르키스스탄 현지에서 유목민 자녀들에게 종이접기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코리아텍]

코리아텍 졸업생인 류호재(맨 뒷줄 오른쪽 첫 번째)씨가 키르키스스탄 현지에서 유목민 자녀들에게 종이접기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코리아텍]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2년간 기술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류호재(29)씨의 소감이다. 2015년 8월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을 졸업한 류씨는 취업 대신 해외봉사를 떠났다.

키르키스스탄 전문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지식·기술 전수 #열악한 교육여건 개선… 소문 나면서 학생 수 크게 늘어 #아프리카 봉사활동 위해 스페인어·프랑스어 추가로 공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평점 4.11점, 토익 940점으로 대기업 취업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취업보다는 “개발도상국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 봉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류씨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선발돼 동료 4명과 함께 2015년 8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 발을 내디뎠다. 그의 임무는 ‘94번 전문학교’에서 16~17세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코리아텍 졸업생인 류호재(가운데)씨가 키르키스스탄 94번 전문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전기전자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코리아텍]

코리아텍 졸업생인 류호재(가운데)씨가 키르키스스탄 94번 전문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전기전자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코리아텍]

94번 전문학교는 우리나라 마이스터고와 비슷한 1년제 학교로 류씨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자제품 수리와 전자회로 이론·실습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 교직원도 류씨에게 컴퓨터를 배웠다고 한다.

류씨는 당시 현지 교육여건이 열악했다고 설명했다. 폐가전제품에서 뜯어낸 납을 재활용해 납땜하고 전원코드가 부서진 인두기 전선 피복을 칼로 벗겨 콘센트에 꽂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수업방식을 바꾸고 현장사업도 새로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KOICA에 제출, 2만 달러(한화 2277만원)를 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실습장을 새로 짓고 교재도 확충했다.

류씨의 이런 노력으로 “교육환경이 개선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1년 뒤인 2016년에는 230명이던 학생 수가 310명으로 증가했다. 방과 후나 휴일에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사용과 인터넷 활용 방법도 가르쳤다. 유목민 자녀들에게는 색종이 접기 등 교육활동도 했다.

코리아텍 졸업생인 류호재씨가 KOICA 관계자와 단원들에게 자신의 활동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코리아텍]

코리아텍 졸업생인 류호재씨가 KOICA 관계자와 단원들에게 자신의 활동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코리아텍]

류씨는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한 달에 58만원을 받았다. 2년간 1400만원도 안 되는 돈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2년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 말했다. 대기업 등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비교해 자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류씨는 귀국 후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등을 공부하고 있다. 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로 봉사활동을 떠나기 위해서다. 류호재씨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 UN과 같은 국제기구나 국제NGO 등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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