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국가산단 인근 주민 암 발생 타 지역보다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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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국내 산업단지 중애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지역으로 꼽힌다. [중앙포토]

울산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국내 산업단지 중애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지역으로 꼽힌다. [중앙포토]

울산 국가 산업단지 주변 주민들 사이의 암 발생률이 인근 대조지역이나 전국 다른 지역보다 뚜렷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립환경과학원이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10만명 당 연간 발생 #남자 876명, 여자는 606명으로 대조지역 1.4배 #전국 평균에 비해서도 남자 1.66배. 여자 1.33배 #울산 등 8개 산단에서 연간 1861명 초과 사망 추정 #지역주민 의료비 추가 부담도 1453억원 수준 추산 #"오염배출 줄이기 위한 모니터링 강화 필요" 지적

이 자료는 환경과학원이 단국대 의대 권호장 교수와 대진대 글로벌경제학과 신영철 등에 의뢰해 작성한 ‘국가 산단 지역 주민 환경오염 노출 및 건강영향 감시사업 종합평가 ’보고서다.

권 교수 등 연구팀은 환경과학원이 2011~2015년 울산·시화·반월·포항·여수·광양·청주·대산 등 각 산단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영향 조사 결과를 모아서 재분석했다.

보고서에서 연구팀은 산단별로 1999~2013년 사이 모든 암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울산 산단 지역은 남자의 경우 10만명당 연간 876명(95% 신뢰수준, 842~911명)으로 나타나 대조지역 622명(595~650명)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여자의 경우도 10만 명당 606명(585~627명)으로 대조지역 426명(409~444명)의 1.4배 수준이었다.
울산의 암 발생률을 전국 평균과 비교했을 때도 남자는 비율이 1.66, 여자는 1.33으로 1보다 높았다. 다른 지역보다 암 발생률이 남자는 66%, 여자는 33% 높다는 의미다.

이 분석에서 울산의 산단 지역(노출지역)은 남구 야음장생포동과 선암동, 울주군 청량면·온산읍이, 대조지역으로는 울산 중구 다운동이 분석대상이었다.

*자료=국립환경과학원(2017년)

*자료=국립환경과학원(2017년)

청주 산단의 경우도 남자는 10만 명당 535명(510~561명)으로 대조지역 293명(273~314명)보다 높았다. 여자도 336명으로 대조지역 167명보다 많았다.

다만 청주 산단 지역의 경우 암 발생률을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남자는 비슷했고(0.97), 여자는 오히려 낮아(0.74)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울산 산단의 경우 벤젠·비소, 청주 산단의 경우 스타이렌 등 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배출물질

배출물질

반면 시화·반월 산단의 경우는 암발생률이 대조지역보다 오히려 낮았다.
연구팀은 "시화·반월 산단의 경우 지난 2003년을 기점으로 암 발생률이 크게 떨어졌는데, 이 때를 전후해 이 지역에 새로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구 구조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2003년 이후에는 발생률이 서서히 오르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지역은 산단 주변과 대조지역의 암발생률이 큰 차이가 없었다.

경기도 시화공단의 모습. [중앙포토]

경기도 시화공단의 모습. [중앙포토]

"산단지역 호흡기 질환 15.5% 더 발생"
한편 이 보고서는 울산 등 이들 8곳의 국가 산업단지(산단) 주변에서 유해 대기 오염물질 노출로 연간 1861명이 초과 사망하고, 의료비도 1453억 원이나 더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초과사망은 환경오염이나 폭염 등으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2015년 전국의 사망률(인구 10만명당 541.5명)에 산단 인근지역 주민수(82만4074명)와 초과사망 비율(8.046%)을 적용, 초과사망자가 연간 359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산단이 위치한 해당 지방자치단체 전체 인구(427만1310명)를 적용하면 초과사망자는 1861명이 된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초과 사망자 발생비율(약 8%)은 연구팀이 5년 간 개별 용역에 참가한 전문가들과 환경보건 전문가들에게 산단의 영향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의 비율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을 통해 얻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산단 지역의 주민들의 의료비 부담도 추산했다.

연구팀은 먼저 피부질환, 호흡기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 세 가지 질환별로 전체 국민의 의료비를 구한 뒤, 여기에 산단 지역 인구의 비율을 적용했다. 여기에 각 질환별로 산단 지역의 초과 발생 비율을 적용했다.
각 질환의 초과 발생 비율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것으로, 심혈관계 질환은 8.7%, 피부질환 11.3%, 호흡기 질환은 15.5%가 추가 발생한다는 추정치를 적용했다.
연구팀 권 교수 등은 “산단에서 배출되는 특정 오염물질의 양과 농도, 실제 수민들의 노출 수준, 질환 발생 상항, 피해 수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통계적으로 추정한 것이기 때문에 초과사망자 숫자는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만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추산한 것인 만큼 참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염물질 배출 총량 규제 필요
권 교수는 “개별 공장들이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준수하더라도 공단이 확대되고 공장이 늘어나면 산단 주변 지역 전체의 오염물질 농도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총량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정 대기오염 유해물질 측정망도 지금보다 촘촘하게 설치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득 의원은 “그동안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산단 지역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해왔지만 앞으로는 주민·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오염물질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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