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통업체들 “굿바이 차이나, 굿모닝 동남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최대 항구도시인 수라바야에 문을 연 롯데마트 마스트립점 . 마스트립점은 4624㎡ 규모로 상업 중심지에 있다. [사진 롯데마트]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최대 항구도시인 수라바야에 문을 연 롯데마트 마스트립점 . 마스트립점은 4624㎡ 규모로 상업 중심지에 있다. [사진 롯데마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으로 중국에서 쓴맛을 본 한국 유통업체가 동남아로 모이고 있다. 인구가 많고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주요 집결지다.

롯데, 인도네시아서 온라인몰 합작 #인구 많고 미개척 도시 많아 매력적 #이마트는 호찌민에 2호점 설립 추진 #GS리테일, 베트남에 편의점 곧 오픈

롯데는 9일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재계 2위 살림그룹과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10일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www.ilotte.com)를 오픈한다.

양측이 절반씩 출자해 설립한 인도롯데의 대표는 롯데그룹에서, 부대표는 살림그룹에서 맡기로 했다. 아이롯데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현지 홈쇼핑 1위 업체인 레젤, 1000개에 달하는 브랜드 매장이 함께 입점한 ‘몰인몰’ 형태로 운영된다. 주 타깃 지역인 자카르타에서는 주문 이후 3시간 안에 배달하는 ‘한국형 배송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올 초 온라인 유통시장에 해외 투자를 허용하면서 가능해졌다. 향후 롯데의 인도네시아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5600만 명으로 유통시장 규모가 동남아 최대인 3240억 달러(약 371조4000억원)에 달한다. 1인당 소매 매출액은 1270달러(약 145만원)로 낮은 편이고, 사회 불안 요인이 많지만 인구가 워낙 많은 데다 개척되지 않은 도시가 많아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주목하는 곳이다. 특히 이제 막 시작된 온라인 유통업 시장은 전체 유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7% 정도로 미미한데 팽창 속도가 2000년대 초 한국과 유사할 정도로 빠른 점도 매력 포인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008년 10월 인도네시아에 처음 진출한 롯데는 롯데백화점 1개 점, 롯데마트 42개 점, 롯데리아 30개 점, 엔제리너스 3개 점, 롯데면세점 2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람펑 지역에도 롯데마트가 추가된다. 이재관 인도롯데 대표는 “2021년 매출액 5000억원을 달성해 흑자로 전환하고 2023년에는 매출액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완전 철수를 선언한 이마트도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 실패를 교훈 삼아 동남아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5년 12월 베트남 1호점인 호찌민 고밥점은 300명가량의 점포 인력 중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점장을 비롯해 95% 이상을 현지 인력으로 채웠다. 지난해 매출은 419억원으로 목표 대비 120% 성과를 거뒀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27.5% 증가한 258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호찌민에 2호점을 열고 2020년까지 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마트의 베트남 진출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앞서 베트남을 공략해 온 롯데마트와의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08년 12월 남사이공점 개점으로 베트남에 첫발을 디딘 롯데는 최근 3~4년간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 왔다. 현재 1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브랜드(PB) ‘초이스엘’을 앞세워 연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정체된 편의점과 홈쇼핑 업계 등도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베트남 손킴그룹과 합자법인 회사를 설립해 호찌민에 GS25 1호점을 열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에 GS슈퍼마켓 1호점을 열었다.

중국 사업을 접은 CJ오쇼핑은 베트남 케이블 방송사 SCTV와 합작한 SCJ 홈쇼핑에 집중할 예정이다. 중국과는 달리 SCJ는 베트남 홈쇼핑 시장 1위를 지키면서 선전 중이다. CJ대한통운은 베트남 1위 종합물류기업 제마뎁의 물류·해운 부문을 인수해 인도차이나반도 국경 운송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베트남 법인인 하이트진로베트남이 10일 하노이에 ‘하이트진로포차’ 1호점(258㎡)을 오픈했다. 지난해 하반기 3개월 동안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장 인테리어부터 메뉴까지 현지인의 선호도를 반영했다. 하이트진로포차는 2020년까지 직영점을 포함해 매장 수를 2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