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개정 협상, 한국의 요구 역제안하는 전략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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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은 이르면 올해 말 개시될 전망이다. 한국은 통상절차법,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TPA)에 근거해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해서다. 양국 모두 공청회와 국회(의회) 협의가 끝나야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정부는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2차 회의에서) 공식 개정 협상이 법적 절차 완료 후 가능함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 협상 시기 및 방법, 개정 요구사항을 조율하는 준비회담은 협상 개시 전 이뤄진다. 당장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 기간에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통상장관 회담을 열어 개정 협상 절차와 관련한 추가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한·미 이르면 연말 협상 개시 #“서비스 숨은 관세 장벽 완화 요구 #미국 낙농업계 등도 우군 활용을”

한미 FTA 개정협상

한미 FTA 개정협상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개정 협상 요구에 최근까지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부터 조사하자”는 제안으로 일관했다. 최근에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이 단순한 엄포가 아님을 알고 뒤늦게 개정 협상에 합의했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효과는 각자의 입장에 유리한 해석을 내리려 해 합의된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며 “선제적으로 협상에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이제 ‘FTA 폐기’를 한국 정부가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불리해지면 언제든 FTA 폐기 카드를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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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늦었지만 수세를 공세로 전환할 카드를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세영 교수는 “어차피 전자상거래 등 바뀐 무역 여건을 반영하기 위해 협정 개정은 필요했다”며 “개정을 두려워하기보다 협상에서 우리의 요구사항을 미국에 역제안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식재산권 및 서비스 무역 부문의 보이지 않는 관세 장벽,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SD) 완화 등은 한국이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FTA 개정에 반대하는 미 낙농업계나 의회 입장을 최대한 활용해 미 정부가 부담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승호·위문희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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