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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가정서 자란 지훈이, 엄마의 유산 8억 지키려 후견인으로 외조모 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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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결혼식을 마친 부부는 신혼여행을 떠났다. 아내는 혼전임신으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평생 한 번이라는 신혼여행지에서 부부는 말다툼을 했다. 두 사람은 여행지에서 각자 돌아왔다. 별거 끝에 결국 이혼했다.

아내는 아이를 혼자 낳았다. 지훈(가명)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친정 식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지훈이의 친권과 양육권은 모두 아내에게 있었다. 지훈이 아빠는 그새 재혼해 새 가정을 꾸렸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아내는 지훈이를 바라보는 재미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내는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지훈이가 7세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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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때 시작됐다. 아내는 지훈이 앞으로 8억원 상당의 재산을 남겼다. 지훈이 아빠는 법원을 찾아가 “지훈이의 친권을 회복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접한 지훈이 외삼촌은 반발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여태껏 아빠 노릇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이 뒤늦게 아이를 되찾겠다는 것은 재산을 노린 처사라고 생각했다. 지훈이는 누구와 함께 살고, 지훈이의 친권은 누가 가져야 할까?

춘천지방법원은 외삼촌의 손을 들어줬다. 지훈이가 외가 식구들과 살아왔다는 점을 고려했다. 정서적으로도 외삼촌과 함께 지내는 것이 옳다고 봤다. 법원은 미성년자인 지훈이의 후견인으로 외할머니를 지정했다. 또 지훈이가 물려받은 엄마의 재산 8억원은 금융기관에 신탁하도록 결정했다. 지훈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돈을 매월 은행이 외할머니에게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지훈이의 경우와 달리 부모가 다 살아 있는 경우에도 이혼할 때 아이 양육비를 신탁할 수 있다.

이혼남인 B씨(41)는 최근 은행을 찾아가 양육비 신탁 상담을 했다. 그간 전처 계좌로 매달 110만원씩 입금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를 은행에 맡기려는 것이다. B씨는 “아이 양육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걱정 안 해도 되고, 전처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5년 한 해 이혼 건수는 약 10만9000쌍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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