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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마켓 랭킹] 2017년 추석 백화점 랭킹 휩쓴 제품은

중앙일보

입력

2015년 9월 27일 한가위 보름달. [중앙포토]

2015년 9월 27일 한가위 보름달. [중앙포토]

추석 같은 명절에 선물이 오고 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한우 시세 떨어져 가격 경쟁력 #현대 신세계 1위, 롯데 2위 #홍삼은 여전히 기세 등등 #스팸 참치 세트의 부활

“오래된 풍속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리 긴 전통은 아니라고 합니다. 50년대까지만 해도 추석 선물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는군요. 계란이나 찹쌀, 고추, 돼지고기 등 직접 수확한 농축산물을 조금씩 나누는 정도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선물을 집으로 보내고 세트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는 백화점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명절에 녹아들어 전통처럼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으니, 성공적인 기획인 셈이죠.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빨간 옷 입은 산타클로스가 코카콜라가 마케팅의 산물인 것처럼, 두둥실 떠오르는 보름달과 ‘정(情)’이라는 글자에 오버랩 되는 명절 선물세트는 한국 백화점 업계가 만들어낸 마케팅 성공 사례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60년대 선물세트의 아이콘. 럭키치약.                  [사진 LG그룹]

60년대 선물세트의 아이콘. 럭키치약. [사진 LG그룹]

1955년 럭키치약 신문광고                 [사진 LG그룹]

1955년 럭키치약 신문광고 [사진 LG그룹]

60년대 신문광고로 등장한 신세계 백화점 카탈로그를 보면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설탕이었네요. 당시 제일제당의 그래뉴설탕 6㎏짜리가 780원, 30㎏짜리가 3900원으로 최고급 선물로 통하던 시절입니다. 조미료ㆍ통조림ㆍ세탁비누ㆍ맥주ㆍ라면 등이 대중적인 추석 선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이 시절엔 100여종의 추석 선물세트가 경쟁을 벌였습니다.

70년대는 급속한 산업화로 선물세트의 가짓수가 1000여종으로 급증합니다. 당시 가장 ‘핫’한 추석 선물 아이템은 세숫비누(다이알ㆍ하이 크림 D)가 꼽혔고, ‘반달표 스타킹’, ‘맥스웰 코피’, ‘송월타월’의 인기가 좋았나 봅니다. 당시 신문기사에는 라디오, 흑백 TV, 전기밥솥이 고가의 추석 선물로 소개되기도 했네요.

80년대를 주름잡은 과자 선물세트.               [중앙포토]

80년대를 주름잡은 과자 선물세트. [중앙포토]

80년대 이후는 명절 선물 세트 고급화가 시작됩니다. 선물 문화가 완전히 정착하고, 다양한 제품을 패키지로 묶어서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이때 등장한 게 선물세트 과대 포장 논란입니다. 세트 상품에는 선물 포장비와 배송비를 붙여 비싸게 받는데,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명절 시즌 단골 사회 기사로 등장합니다. "사과 몇 개를 주고받는데 이중 삼중으로 포장해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와 사회문제가 된 것도 이 즈음 입니다. 요즘도 이런 지적은 계속됩니다.

늘 상위권인 홍삼 선물 세트. 올해 추석에는 롯데백화점에서 1위, 현대에서 3위 6위를 차지했다.

늘 상위권인 홍삼 선물 세트. 올해 추석에는 롯데백화점에서 1위, 현대에서 3위 6위를 차지했다.

90년대 등장한 건강선물세트는 여전히 각광받는 명절 선물이다. 2002년 설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서 소비자들이 영지,토종꿀 등 건강식품세트를 보고 있다.                       [중앙포토]

90년대 등장한 건강선물세트는 여전히 각광받는 명절 선물이다. 2002년 설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서 소비자들이 영지,토종꿀 등 건강식품세트를 보고 있다. [중앙포토]

어쨌든 풍요를 맛보기 시작한 80년대에는 명절 선물세트의 로망 ‘정육세트’가 등장해 패권을 잡습니다. 정육세트의 인기는 지금까지도 절대적입니다. 90년대에는 인삼ㆍ꿀ㆍ영지와 같은 건강식품이 등장해 정육세트를 왕좌를 넘보기도 합니다. 자연예찬과 함께 이 시절엔 햄세트, 참치세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자연산OOO’이 인기를 누렸죠.

2017 추석 선물세트. 현대백화점 1위. 한우세트.

2017 추석 선물세트. 현대백화점 1위. 한우세트.

2017 추석 선물세트. 롯데백화점 2위. 한우세트

2017 추석 선물세트. 롯데백화점 2위. 한우세트

2017 추석 선물세트. 신세계 백화점 1위. 한우세트.

2017 추석 선물세트. 신세계 백화점 1위. 한우세트.

2000년대, 2010년대 들어 선물세트의 종류를 세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명절 선물 트렌드도 백화점보다는 대형마트가 선도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선물세트 판매도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올해 연휴가 길어 초반 스타트는 좋았지만 명절이 가까울수록 휙휙 꺾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결국 “예년과 같거나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명절 선물세트는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1998년 1월 외환위기 직후 백화점에는 비누,치약,양말 등 1만원 'IMF형' 설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설탕,식용유 등은 환율폭등으로 중가 선물세트로 격이 높아졌다. [중앙포토]

명절 선물세트는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1998년 1월 외환위기 직후 백화점에는 비누,치약,양말 등 1만원 'IMF형' 설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설탕,식용유 등은 환율폭등으로 중가 선물세트로 격이 높아졌다. [중앙포토]

진짜 1위? 90년대 이후 명절 선물로 백화점 상품권 인기는 절대적이다. 2004년 추석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상품권을 정리하는 모습. [중앙포토]

진짜 1위? 90년대 이후 명절 선물로 백화점 상품권 인기는 절대적이다. 2004년 추석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상품권을 정리하는 모습. [중앙포토]

올해 백화점 3사의 추석 선물 세트 베스트 5위를 꼽아봤습니다. 올해 한우 산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추석보다 정육세트가 유난히 잘 나가고 있습니다. 판매가가 5~10% 떨어지면서 백화점 3사 순위는' 고기판'이 되었습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베스트5 중 4개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아, 참고로 백화점 상품권은 제외한 순위입니다. 상품권은 모든 백화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2016 추석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하나로 마트에서'김영란법 선물세트' 행사를 진행했다.    [중앙포토]

2016 추석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하나로 마트에서'김영란법 선물세트' 행사를 진행했다. [중앙포토]

90년대 선물계의 총아였던 홍삼의 인기도 굳건합니다. 한우 강세에 약간 밀렸지만.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도 순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팸, 참치처럼 값은 싸고 실용적인 가공 식품이 다시 인기품목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3만~5만원 사이에서 명절 기분 내기에 적절하기 때문이겠죠.

드디어 역대 최장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잠시 시름을 잊고 풍성하고 평안한 한가위 보내셨으면 합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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