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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먹는다] 4. 맛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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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최근 미국의 링과겐사는 바람직하지 않은 쓴맛은 줄이고 다른 긍정적인 맛을 좀더 풍부하게 내기 위해 '비터 블로커(Bitter Blocker)'라는 물질을 개발해냈다.

식품 첨가제의 일종인 이 물질은 혀의 쓴맛 수용기에 달라붙어 쓴맛 분자들이 수용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거나, 수용기와 말초신경 간의 교신을 방해해 쓴맛을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 또 단맛이 혀의 수용체에 더 단단하게 결합해 훨씬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달다고 느끼게 하는 저염제 등도 개발 중에 있다.

맛있는 음식 뒤에는 항상 노련한 주방장의 손놀림만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맛의 과학을 좇는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화학과 심리학.생리학을 넘나들며 연구에 몰두해 왔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맛이란 단어를 좀 삭막하게 표현해보자. 식품 성분이 혀의 미각 수용기와 접촉해 화학적 자극을 일으킨다. 그렇게 되면 주변 부위와 전위차가 생기고, 이것이 신경신호로 뇌에 전달돼 인식된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음식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결정하는 맛은 혀의 감각만이 아니라 색이나 모양, 광택같은 시각적 조건과 입안에서의 촉감, 씹히는 소리 같은 청각적 효과 등을 종합해 느끼는 감각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종합적으로 느끼는 좋은 맛을 유지하고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있었을까.

우선 맛과 향기를 분석하는 많은 기기를 동원해 수많은 식품의 맛과 향을 이루는 화합물들의 정체를 밝혀냈다.

오렌지의 특징적인 향은 '테르펜'이라는 화합물이고, 마늘 냄새는 황을 함유한 물질 때문이라는 식이다. 또 이러한 화합물들의 성질과 특성을 알아내고 조작하는 방법을 찾아내 맛과 향의 성분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근래에 기기들은 점점 똑똑해졌다. 더 객관적이면서도 사람이 감지할 수 없는 초미량의 성분에도 반응하는 전자코.전자혀 같은 기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인 결과는 최종적으로 사람이 먹어서 '좋다'라고 느끼는 주관적인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의미있고 정량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식품 연구 분야에서는 관능검사 전문가들이 혀와 코를 훈련받은 전문 패널들을 이용, 식품의 미묘한 맛과 향의 차이를 구별하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 들어 맛에 관한 연구는 우리 혀와 뇌를 속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찬반 양론과는 별개로 인간이 추구하는 맛이라는 감각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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