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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군론’으로 평화 강조한 문 대통령…“북한에 꿀린다 생각했는데, 자신감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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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8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면책(免責)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 의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북한 SLBM 곧 완성 단계, 우리도 잠수함 전력 더 확보해야” #일각에선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 염두에 둔 발언이란 관측 나와

 문 대통령은 이날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날’ 행사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문 대통령은 최근 부쩍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격파시범을 보인 특전사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격파시범을 보인 특전사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강력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한다”며 “무모한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군론(强軍論)’을 폈다.

 그런 맥락에서 ‘이기는 군대’를 위해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환수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독자적 방위력을 기반으로 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궁극적으로 우리 군의 체질과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 두려워하고, 국민은 군을 더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조속히’ 달성하겠다”고 적시하며 전작권 환수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최첨단 군사자산의 획득과 개발”에 양국이 합의한 것도 전작권 환수 준비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ㆍ바른정당 등 야당은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전작권 조기 환수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특전사의 강하시범을 보며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특전사의 강하시범을 보며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는 충남 계룡대에서 개최하던 과거와 달리 창군 이래 최초로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행사 장소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2함대가 천안함 사건, 연평해전 등 상징적인 장소이고, (육지인 계룡대와 달리) 육ㆍ해ㆍ공군 전력을 모두 모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육ㆍ해ㆍ공을 고루 전력을 증강시켜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행사장에는 우리 군의 다양한 무기가 공개됐다. 특히 문 대통령이 조속한 구축을 강조하는 킬 체인(kill chain), 미사일방어망(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한국형 3축 체계와 관련된 전력이 많았다. 킬 체인의 핵심인 현무-2 탄도미사일이 최초로 공개됐고, 사거리가 1500㎞인 순항미사일 현무-3도 전시됐다. 문 대통령은 KAMD의 주축인 패트리어트 미사일, KMPR의 핵심 무기인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 등을 직접 사열했고, 1만4500톤급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상륙함인 독도함 등을 열병했다.

문 대통령은 특전사 대원 150명의 집단강하와 특공무술, 격파 시범 등을 보면서 일어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8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문무대왕함에 마련된 식당에서 장병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8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문무대왕함에 마련된 식당에서 장병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행사 뒤 2002년 제2연평해전에 참전했던 참수리-357호에 올라 탄흔 자국을 직접 손으로 만지기도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해군 장병들이 죽는 순간까지 지켰던 자리를 한동안 지키며 희생된 장병들을 기억하고,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가수호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되새겼다”고 말했다. 서해수호관에 들러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벌어진 제1ㆍ2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이 끝난 뒤 참수리호 357호의 파편자국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이 끝난 뒤 참수리호 357호의 파편자국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날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 중 처음으로 재임 중 우리 정부의 훈장(통일장)을 받았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것(훈장)은 한ㆍ미 동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아낌없는 지원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최초의 스텔스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승조원ㆍ장병과 함께 식사하며 격려를 했다. 문 대통령은 문무대왕함이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4월 진수된 걸 거론하며 “우리가 마음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며 “육군 중심의 전력 운용에서 이제는 육ㆍ해ㆍ공이 균형잡힌 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도 곧 완성 단계에 들어선다고 하니 우리가 잠수함 전력도 더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발언이 최근 한ㆍ미 간에 논의되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란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또한 “우리 정부는 국방장관도 해군 출신으로 모시고, 국군의 날 행사도 2함대에서 했다”며 “2함대에서 행사하다 보니 육ㆍ해ㆍ공군의 위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때문에 뭔가 우리가 많이 꿀리는 것처럼 생각했는데 (이 위용을 보면서) ‘야, 우리가 북한이 덤비면 그냥 일거에 꼼짝 못하게 압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우리 장병과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는 이날 장병들에게 통닭 230인분을 선물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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