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고려대 지붕서 소란 피운 중국 여성처럼 해 보니 “미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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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문과대학 서관 벽. 오른쪽은 지난 26일 해당 지붕에 올라 "남학생을 만나고 싶다"고 요구한 중국 여성[중앙포토, ntdtv]

고려대 문과대학 서관 벽. 오른쪽은 지난 26일 해당 지붕에 올라 "남학생을 만나고 싶다"고 요구한 중국 여성[중앙포토, ntdtv]

 고대생들은 그곳을 ‘시계탑’이라고 부른다. 매일 정오가 되면 시계탑에 전래 동요 ‘새야 새야’가 울린다. “이 노래를 듣지 않으면 밥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려대에서는 명물이다.

시계탑이 설치된 고려대 문과대학 서관. 시계탑은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 김성곤 회장이 일본과 미국에서 주문 제작해 기증했다. [중앙포토]

시계탑이 설치된 고려대 문과대학 서관. 시계탑은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 김성곤 회장이 일본과 미국에서 주문 제작해 기증했다. [중앙포토]

 1961년 준공된 고려대 명물 문과대학 서관에 지난 25일 오후 2시 소동이 일었다. 소방대원 20여 명이 출동하고 건물 주변에는 에어매트가 깔렸다. 경찰 병력도 배치됐다. 20대 중국인 여성은 건물 지붕에 올라 “남학생을 만나고 싶다”고 요구했다.

지난 25일 오후 2시쯤 중국 여성이 고려대 문과대학 서관 지붕에서 소란을 피우는 모습. 소방차가 출동했다. 오른쪽 사진 화살표 방향으로 내려왔다. 지붕 밑에는 에어메트가 설치돼 부상을 입지 않았다. 해당 사진은 중국 매체가 보도했다. 학생들이 찍은 사진으로 추정된다. [사진 소후 등]

지난 25일 오후 2시쯤 중국 여성이 고려대 문과대학 서관 지붕에서 소란을 피우는 모습. 소방차가 출동했다. 오른쪽 사진 화살표 방향으로 내려왔다. 지붕 밑에는 에어메트가 설치돼 부상을 입지 않았다. 해당 사진은 중국 매체가 보도했다. 학생들이 찍은 사진으로 추정된다. [사진 소후 등]

 여성은 어떻게 4층 건물 지붕까지 올라갔을까. 26일 해당 건물 벽타기를 시도해봤다. 하지만 오래된 고딕양식 석조건축물은 벽을 잡은 손이 미끌거려 쉽게 올라가지 못했다. 소동 당시 현장에 있었던 건물 관리인을 만나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중국 여성이 고려대 문과대학 서관 지붕을 오른 경로. 현장에 있던 건물 관리인이 설명했다. [중앙포토]

중국 여성이 고려대 문과대학 서관 지붕을 오른 경로. 현장에 있던 건물 관리인이 설명했다. [중앙포토]

 그는 “중국인 여성이 4층 복도 창문 바깥에 있는 통로를 이용해 지붕으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물 내부로 4층을 들어가 보니 장애인 승강기 설치 공사 중이었고, 인부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연결 통로가 확인됐다. 지붕 위까지 이어졌다.

고려대 지붕에 올라가 소란을 피운 중국 여성. 재학생이 찍었다. [사진 독자 제공]

고려대 지붕에 올라가 소란을 피운 중국 여성. 재학생이 찍었다. [사진 독자 제공]

 당시 상황을 말해주는 몇 장 사진들도 추가로 공개됐다. 학생들이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생 남학생이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고 요구했던 여성은 독일 스포츠 기업 아디다스의 검정색 로고가 찍힌 티셔츠에 청반바지를 입었다.

 사진에는 소동 한 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남학생이 여성을 설득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 남학생은 몇 차례 대화를 나눴지만 여성의 표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틀 전 입국한 그는 학교 교직원에게 먼저 “해당 학생을 만나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개인 정보를 알려줘야 해 도와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결국 그는 지붕에서 뛰어 내렸고, 소방대원이 막판에 손목을 잡고 에어매트로 유도해 부상을 입지 않았다. 목격자들은 “밧줄로 무리하게 몸을 묶었으면 구조대원도 다칠 것 같았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고려대 문과대학 서관에서 건물 지붕에 중국인 여성이 올라가 있다. 이 여성은 약 2시간 넘게 "고려대에 재학 중인 남학생과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고려대 문과대학 서관에서 건물 지붕에 중국인 여성이 올라가 있다. 이 여성은 약 2시간 넘게 "고려대에 재학 중인 남학생과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날 중국인 여성과 남학생을 모두 불렀다. 남학생이나 학교는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경찰은 “두 번 다시 이런 행동 하지 말라. 더 했다가는 범죄 행위다”라고 경고를 한 뒤 돌려 보냈다.

 남학생은 교환 학생으로 중국에 간 뒤 한국어 교육 봉사를 하다가 여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은 현지에서 가르친 60~70명 제자 중 한 명이다. 한국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더듬더듬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2013년 국내에서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중앙포토]

2013년 국내에서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중앙포토]

 이 학교에서 3년 전 중국 현지 봉사 동아리를 운영했던 한 직장인은 “중국 쪽 스펙을 쌓아야 취업에 유리한 점이 생겨서 한국어 교육 봉사 활동도 유행하기 시작했다”며 “학생과 봉사자 간 이런 불미스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최 측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인 여성은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전날 밤 머물던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갔다. 26일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여현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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