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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료에 막힌 무료 … ‘인천공항 가는 길’ 멀고 멀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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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이 무료도로의 이름은 제3연륙교다. 인천의 영종과 청라를 잇는 4.8㎞ 도로다. 건설비는 이미 10년 전에 확보됐다. 5000억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도로 주위 아파트단지들의 입주자들이 냈다. 그런데 첫 삽도 못 떴다. 국토교통부가 결정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원래 인천공항으로 가는 도로는 무료여야 했다. 그런데, 외환위기 때 여력이 없던 정부는 민자로 첫 도로를 만들게 했다. 불행의 시작이다. 민자도로는 공공도로보다 통행료가 평균 70%나 비싸다. 인천대교의 경우 해상교량이라 하지만 3배나 비싸다. 수혜자 부담이라도 공공재를 이용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 외국에 나가기 위해서, 김포공항과 지방의 일부 셔틀을 제외하고,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기에 더 그렇다.

어처구니없는 속사정은 이렇다. 인천광역시는 이미 1991년 1차, 1997년 2차, 2006년 3차에 이르기까지 제3연륙교가 포함된 도시기본계획을 제출했다. 국토교통부는 승인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만일 제3연륙교가 생겨 제1, 제2연륙교 사업자의 수입이 줄면 메워주기로 했다. 2000년과 2005년에 장관이 각각 서명한 협약서가 있다. 그 와중에 국토부 산하기관인 LH는 2006년부터 무료도로인 제3연륙교가 생긴다는 내용을 넣어서 분양광고를 냈다. 대부분의 입주자는 그 말을 믿고 아파트를 샀을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국토부, 인천시 그리고 LH에 주의 조치를 줬다. 일부 입주민은 법원 판결로 분양가의 5%를 돌려받았다.

이 문제의 해결을 놓고 국토부와 인천시는 지루한 공방을 벌여왔다. 그사이 제3연륙교의 조속한 착공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까지 되었다. 요는 메워야할 보전 재원이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시는 재작년 기본설계 실시를 통한 선착공 의사를 밝혔다. 최근 국토부도 화답하듯 보전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제2연륙교인 인천대교의 통행료를 700원 낮추었다.

영종은 인구가 7만 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주민들은 돈을 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무료도로가 없기 때문이다. 유료교통법 4조의 취지는 유료도로를 만들 때는 근처에 꼭 무료도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자도로의 과도한 이익에 제동을 가하는 법안도 최근 상정되어 있듯, 틀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 민자사업인 서울지하철 9호선은 사업 수익율을 8% 낮추기도 했다. 제1연륙교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국고보조금만 총사업비를 넘는 1조4000억원을 받았다. 올해 말이면 제2여객터미널도 완성되어 통행도 늘어난다. 조속한 해결을 위한 당사자간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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