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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야구장 문화 차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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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호 35면

외국인의 눈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야구에 푹 빠졌다. 한·일 모두 야구가 인기 스포츠인데 야구문화는 좀 다른 것 같다. 지난 2일 잠실야구장을 다녀왔다. 선수마다 응원가가 따로 있고 남성 응원단장이 이끄는 것은 일본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젊은 관중이 상당히 많았고 특히 여성 비중이 높았다. “일본 야구장처럼 백네트 뒤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중년, 고령 남성은 거의 없다”고 듣던 대로였다. 경기 자체의 긴박감보다 몸 전체로 춤추면서 분위기를 즐기는 것을 보고 야구장이 데이트 코스로서도 인기가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내, 외야 응원은 따로따로 하거나 파울볼을 잡은 뒤 경기보다 캐치볼에 몰두하는 아이들 모습도 자연스러운 한국 그대로였다.

또 관중석엔 맥주 판매원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있어도 대부분 남성이었다. 일본 야구장엔 맥주가 들어간 배낭을 메는 젊은 여성이 스탠드 곳곳에 배치돼 있다. 그날 잠실야구장에 같이 간 지인은 “젊은 여성이 경기장에서 술을 판다는 것은 옛날 여성이 남성에게 술을 따라 줘야 했던 시절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 별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보다 훨씬 요염한 젊은 여성 치어리더의 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신기했다.

지난 8월 중순엔 일본 고교야구를 보러 고시엔구장에 갔었다. 그날은 하루에 4경기가 있었고 강팀들이 여럿 등장했다. 밤새워 줄을 선 사람이 많아 이미 아침 6시 반에 매진된 것은 알고 있었다. 나는 두 번째 경기에 관심이 있었다. 혹시나 첫 경기가 끝나면 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면서 야구장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30도 가까운 무더위 속에서도 표를 구하기 위해 줄 서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친구와 2시간이나 기다렸는데 “티켓 추가 판매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무정한’ 방송이 울렸지만 뭐라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매 시스템이 잘 돼 있는 한국에선 이런 일이 없겠지만 만약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난리 났을 것이다.

올해는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7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온천이나 쇼핑도 좋지만, 야구장을 찾아가면 또 다른 일본의 얼굴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야구장 방문을 ‘강추’한다.

오누키 도모코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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