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트코인 사기"라던 JP모건, 가격 떨어지자 대량 매수했나

중앙일보

입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중앙포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중앙포토]

 미 투자사 JP모건이 지난주 "비트코인은 사기"라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비트코인 상장지수증권(ETN)을 대량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EO 발언 이후 비트코인 가격 저점 찍자 #비트코인 연동 상품 '비트코인 XBT' 급매수 #투자자들 분노, 일부는 금융 당국에 신고하기도 #JP모건 측 "우리가 아니라 고객들이 구입한 것"

미국 경제 전문 매체 쿼츠는 21일(현지시간) 다이먼이 해당 발언을 하고 며칠 뒤 JP모건이 스톡홀름 증시에 상장된 ETN인 비트코인 XBT 매수에 적극 나섰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투자사 노르드넷의 거래 정보에 따르면 JP모건과 모간스탠리는 다이먼의 발언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을 시작해 며칠 뒤 저점을 기록하자 약 300만 유로(약 41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 XBT를 사들였다.

자료: 더머클

자료: 더머클

비트코인 XBT는 비트코인 가격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발행된 ETN의 일종으로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된다. 해킹으로 도둑맞을 걱정 없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을 위한 상품이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JP모건의 비트코인 XBT 매수가 이중적인 행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 런던 소재 가상화폐 투자사 블록스워터의 플로리안 슈바이처 이사는 JP모건 측을 시장교란 혐의로 스웨덴 금융 규제 당국에 신고했다. 스웨덴에서 시장교란 행위는 최대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JP모건의 브라이언 마키오니 대변인은 "비트코인 XBT 매수는 JP모건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 고객들이 JP모건을 통해 타사 상품을 직접 구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한편 다이먼의 말과 달리 JP모건이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투자정보 매체 제로헤지(ZeroHedge)에 따르면 JP모건은 지난 2013년 미국에서 '비트코인 대체 상품'에 대한 특허를 175건 신청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비트코인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JP모건이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과 지캐시(Zcash) 등 가상화폐 기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캐시를 개발한 업체 제로코인 일렉트릭 코인 컴퍼니는 지난 5월 JP모건과 파트너십을 맺고 JP모건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자사 기술을 도입하도록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다이먼은 지난 12일 "비트코인은 사기"라며 "가상화폐는 끝이 좋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폭발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의 비트코인 열풍을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불었던 튤립 투기 현상에 빗대 “(비트코인은)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광풍보다 심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다이먼은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JP모건 직원이 있으면 즉시 해고할 것”이라며 그 이유로 “하나는 우리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직원이 멍청하기 때문이다. 둘 다 회사에는 해롭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선 "유용할 수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