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위원장 간부회의중 '연락'받고 회견장으로

중앙일보

입력

북한 기자들과 한국 보수단체 회원이 물리적 충돌을 빚은 사건과 관련, 24일 저녁 북측 전극만 총단장이 '대학생체육협회대표단 성명'을 내자 하루 뒤인 25일 오전 조해녕(대구시장) 대구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장도 '조직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다. 전총단장과 조위원장은 각각 당국의 긴급 훈령을 받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총단장은 24일 오전 여자양궁 대회가 열린 예천 진호국제영궁장을 방문할 계획을 취소하고 숙소인 대구 인터불고호텔에 머물러 있었다. 혈압이 높아 함께 온 의사 최배식(46)씨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지난 20일 도착한 이후 폭염 속에서도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여러 경기장으로 강행군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후 2시20분쯤 대구 유니버시아드 미디어센터 앞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고받은 뒤 대책회의를 하기 위해 북측 임원들이 머물고 있는 대구은행연수원으로 서둘러 갔다. 북측 기자단은 미디어센터 3층에 마련된 통신실을 이용해 이미 상황을 평양에 알린 뒤 행동지침도 받아 북측 임원들에게 보고한 상태였다.

전총단장은 평양의 지시에 따라 기자회견을 하기로 결정하고 성명서를 만들었다. 그는 대구은행연수원에서 '남측의 사죄와 시위 주동자의 처벌, 재발방지 약속'을 담은 3쪽 분량의 성명서를 들고 24일 오후 8시쯤 미디어센터에 도착했다.

그는 통신실에서 평양과 최종 조율을 한 뒤 5층 기자회견장으로 향해 성명만 발표했다.

한편 '남측의 사과'등을 요구받은 조위원장은 25일 오전 9시30분쯤 대구시 간부회의를 주재하다가 모처로부터 연락을 받고 급히 시청을 떠났다.

조위원장은 미디어센터에서 자신을 급하게 찾은 모처로부터 성명서를 전달받았으며, 성명서를 발표하는 역할만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조위원장이 언론지원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성명만 발표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였다.

조 위원장은 한쪽의 성명서를 다 읽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기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두가지 질문만 받은 뒤 서둘러 회견장을 떠났다.

이에 앞서 조위원장은 24일 오후 4시쯤 강변축구장에서 열린 한국-이탈리아의 축구경기를 관람하다 충돌사태가 빚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시청으로 가 시 간부들과 회의를 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일단 사태의 전개 추이를 지켜본다는 결정만 했었다.
대구=정기환.고수석 기자 ssko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