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교생 57%가 하루 6시간도 못 자…장년기 고혈압·당뇨 위험

중앙일보

입력

한국 고등학생의 절반이 수면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짧은 수면시간과 운동 부족이다. [중앙포토]

한국 고등학생의 절반이 수면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짧은 수면시간과 운동 부족이다. [중앙포토]

한국에서 권장 수면시간인 8시간을 채워 자는 고등학생이 100명 중 4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다. 수면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운동이 필수적이지만 신체활동 참여도는 낮았다.

가정의학회, 청소년 수면만족도 연구 공개 #권장 수면시간 8시간 자는 고교생 3.6% #49.3% "수면으로 피로회복 안 된다" #운동 꾸준히 할수록 수면만족도 올라가 #주 3~4회 20~60분 운동이 효과 높아 #'운동 안 함' 37%…여학생이 더 심각 #청소년기 수면, 성인병 예방에 중요한 역할 #"수면시간 보장하고 체육활동 늘려야"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와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학통계학교실이 연구한 청소년의 신체활동과 수면만족도에 관한 논문(신체활동도와 수면만족도와의 연관성, 제11차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통계를 이용하여)이 대한가정의학회지(KJFP) 최근호에 소개됐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자습실에서 졸음방지책상에서 서서 시험공부에 열중하고있다. 한국에서 청소년 권장수면 시간인 8시간을 채우는 고등학생은 3.6%뿐이었다. [중앙포토]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자습실에서 졸음방지책상에서 서서 시험공부에 열중하고있다. 한국에서 청소년 권장수면 시간인 8시간을 채우는 고등학생은 3.6%뿐이었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치열한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청소년 수면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고등학교 1~3학년을 연구했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응답한 고교생 2만 7097명이 분석 대상이었다. 수면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주로 성인과 노인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고등학생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5.65시간이었다. 6시간 미만이 57.36%로 가장 많았고 6~7시간이 27.11%, 7~8시간이 11.98%였다. 8시간 이상 자는 학생은 3.6%에 그쳤다. 미국수면재단은 만 14~17세 청소년에 평균 8~10시간 수면을 권장한다.

수면시간 부족은 수면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근 7일간 수면시간이 피로회복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족’, ‘매우 부족’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49.28%였다. 남학생의 44.6%, 여학생의 54.12%가 이에 해당했다.

대다수의 고등학생이 8시간 미만으로 수면하는 가운데 수면만족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연구팀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수면만족도가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운동 등 신체활동이 활발했다.

연구팀은 8시간 이상 수면군과 8시간 미만 수면군을 나눠 운동량과 수면만족도를 비교했다. 8시간 이상 수면하는 집단은 평균적으로 ‘적당’ 이상의 수면만족도를 보였다. 운동량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8시간 이상 수면이 보장될 때에는 신체활동과 관계 없이 수면의 질이 높다고 볼 수 있다.

8시간 미만 수면군에서는 최근 7일 이내 운동을 한 사람의 수면만족도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주 3~4회 60분 이상의 중증도 신체활동, 20분 이상의 격렬한 신체활동이 수면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가장 뛰어났다. 근력강화운동은 주 1~2회만 시행해도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수면만족도가 올라갔다.

그러나 잠 잘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은 운동할 시간도 부족했다. 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7일 이내 60분 이상 운동을 하루도 안 한 학생이 전체의 37%였다. 20분 이상의 격렬한 신체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비율은 27%, 근력강화운동은 53%였다. 여학생의 경우 세 가지 신체활동 조사 항목에서 ‘운동 안 함’으로 응답한 비율이 남학생의 2~3배에 달해 운동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청소년기는 청장년 건강의 기초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로, 이 때 습득한 건강습관이 장차 비만,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며 “건강습관 중에서도 수면은 피로회복, 신체적 성장, 정서적 발달 및 인지 기능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등학생의 수면만족도 향상을 위해서는 8시간 이상의 적절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교육과정에서 체육수업을 늘리는 등 신체활동도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