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재인 정부 발목잡는 인사…늘어가는 ‘불명예 기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넉 달이 지나도록 ‘조각(組閣) 미완성’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내각 구성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로 17일 현재 새 정부 출범 이후 131일째 조각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인사 논란은 몇 가지 불명예스러운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131일째 ‘미완성 조각’ 역대 정부 2위…최장 기록은 DJ 때 174일째 #1기 내각 구성 전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공직자 7명 ‘역대 최다’ #초유의 대법원장ㆍ헌재소장 동시공백 현실화 우려도 #인사 난맥 풀릴 기미 안보여 문제…야당은 ‘땡깡’ 발언 사과 요구 #“인수위 공백, 청문회 장벽, 좁아지는 인재풀 등 3중고 겪을 것”

①1기 내각 완성 소요기간 역대 두번째=지연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완전체’ 초대 내각 구성 소요기간은 역대 정부 가운데 두번째로 길다. 역대 정부 중 조각 완료 최장 기간은 김대중 정부 때의 174일이다. 당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해 야당이 국회 임명동의를 거부하면서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 취임 후 174일째인 1998년 8월 17일에야 내각 구성을 마쳤다. 새 중기부 장관 임명에 필요한 인사 검증 및 국회 인준 기간과 추석 연휴일정 등을 감안하면 자칫 김대중 정부의 기록을 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52일째, 이명박 정부는 출범 18일째에 내각 구성이 완료됐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됐던 노무현 정부 때는 정권 출범 3일 만에 조각을 마무리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국무위원 후보자로 범위가 확대된 건 노무현 정부 3년차인 2005년 7월부터다.

②1기 낙마자 7명 역대 최다=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이 채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인사 검증대를 못 넘고 중도 하차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숫자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많다. 지난 15일 자진사퇴한 박 후보자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의 차관급 이상 낙마자 6명을 넘어섰다.

관련기사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에 지명됐다가 낙마한 고위 공직자들은 아들 병역 면제 및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지명 5일 만에 물러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헌법재판관 시절 특정업무경비 유용 논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부인 소유 건물의 유흥업소 영업 논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무기수입중개업체 근무 이력 논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해외계좌 비자금 조성 의혹) ▷김학의 법무부 차관 후보자(성접대 연루 의혹) 등이다.
이명박 정부 1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춘호 여성부 장관ㆍ남주홍 통일부 장관ㆍ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이 중도 탈락했다.

③초유의 대법원장ㆍ헌재소장 동시공백 현실화 우려=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오는 24일(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만료일)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 동시에 공석 상태가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지난 11일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1월 31일)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헌재소장 공백은 이미 8개월째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이례적으로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준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한 고심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처럼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양상이지만 인사 난맥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이들 불명예 기록도 갈수록 늘어갈 수밖에 없다.

일단 새 중기부 장관 인선 문제는 낙마한 박 후보자가 27번째 후보자였을 만큼 적임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후보자보다 먼저 청와대가 접촉한 26명은 청문회 검증 부담 등을 이유로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문제도 보수 야당의 반대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소극적인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땡깡’ 발언 등 독설에 대한 사과를 먼저 요구하고 있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한 한계에 야당이 더욱 높여놓은 인사청문회 장벽, 점점 좁아지는 인재풀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며 “평판체크 등 인사 추천ㆍ검증 강화와 대야(對野) 협치 등으로 상황을 타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