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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도둑질’에 솜방망이 처벌 플랫폼·작가 망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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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호 26면

[CRITICISM] 뿌리째 흔들리는 웹툰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웹툰은 한국에서 개발한 미래 콘텐트 산업의 기대주다. 웹툰은 2000년대에 접어들며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를 기반으로 자리를 잡은 뒤 2013년 이후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포털 기반의 웹툰 플랫폼뿐 아니라 웹툰 전문 플랫폼들도 등장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웹툰은 대중들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IP(Intellectual Property) 비즈니스로 확대되고 있으며, 작품 수출은 물론 플랫폼이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중이다.

4년간 5897편 연재 급팽창 속 #훔친 웹툰으로 새 플랫폼 운영 #불법 사이트 트래픽이 정상 추월 #저작권 침해 넘어 생태계 위협 #단속돼도 가벼운 벌금형 그쳐

대중들이 친근하게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하는 웹툰은 콘텐트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웹툰가이드(www.webtoonguide.com)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총 5897편의 웹툰이 연재되었고, 2017년 상반기 2290명의 작가가 2216편의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2009년 357편에서 시작한 웹툰은 매년 100여 편 안팎으로 신규 웹툰이 등장하다 웹툰 유료화가 안착한 2014년부터 급속히 편수가 증가했다.(비독점 연재 포함, 2017년은 6월 31일 기준)

유료 판매되는 웹툰 공짜로 공개

자료 : 저작권보호원

자료 : 저작권보호원

그런데 최근 들어 웹툰 산업을 위협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웹툰 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불법 업로드 사이트, 게시판, 게시물에 대한 신고 건수는 총 841건으로, 지난해 전체 접수된 769건보다 많아졌다. 상반기에만 지난해 신고 건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2013년 13건과 2014년 44건에 비해 2015년부터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보호원이 웹툰 불법 업로드를 본격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한 시점이 2016년부터라는 점을 감안해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불법으로 웹툰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몇 개의 작품을 복제해 게시판에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형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불법 업자들은 도둑질한 웹툰으로 새로운 웹툰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한다. 예전에는 여러 정보들과 함께 웹툰을 서비스해 전체적으로 보기에도 불법 사이트임을 쉽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불법 웹툰 사이트를 정식 웹툰 플랫폼처럼 포장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불법 웹툰 사이트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기반 웹툰 플랫폼의 유료 미리보기 회차나 레진, 투믹스, 탑툰 등 유료 웹툰을 훔쳐와 무료로 서비스한다. 요일별로 웹툰을 연재하고 있어 얼핏 보기에 정식 서비스처럼 보이고, 여러 플랫폼의 웹툰을 한 플랫폼에서 볼 수 있어 유저들이 거부감 없이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사이트는 엄연히 모두 불법 사이트다. 이들 불법 사이트는 작가와 플랫폼의 저작권리를 침해하고, 웹툰 생태계를 뒤흔든다.

웹툰 작가들의 수익은 원고료와 추가 수익(웹툰 하단에 붙는 광고 수익, 미리보기나 완결보기 등의 유료 과금)으로 구성된다. 유료 플랫폼의 경우 별도의 원고료 대신 미니멈개런티(MG)라는 명칭으로 배분될 수익을 우선지급하고 이후 수익으로 정산한 뒤 추가 수익을 배분하기도 한다. 웹툰 작가들의 수익이 증가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료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 그런데 웹툰 플랫폼에서 유료로 판매되어야 하는 웹툰 콘텐트가 불법 사이트에서 무료로 공개되면, 저작권 침해는 물론이거니와 직접적으로 작가의 수익에 타격이 온다. 2017년 불법 웹툰 사이트가 늘어나며 플랫폼은 물론 작가 개인들도 수익이 하락하고 있다.

자료 : Sililarweb

자료 : Sililarweb

실제로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A작품의 경우 불법 사이트에 미공개 회차가 올라오게 되면 최소 50만 조회 수 이상을 기록하게 된다. 1회차당 가격이 200원 정도로 서비스 중인데 창작자와 플랫폼 입장에서 보면 1억 이상 수입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연간 단위로 보면 한 작품에 무려 50억의 손실이 난다. 현재 네이버웹툰에서만 유료로 제공되는 작품이 약 100여 작품인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웹툰을 통해 연재하는 작가들의 전체 피해액 규모는 훨씬 더 크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불법 공유 사이트인 B사이트의 트래픽을 대표적인 유료 웹툰 플랫폼인 레진과 비교해 보면 그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레진과 B사의 6개월 간의 트래픽 변화 추이는 문제의 심각성을 한번에 확인시켜준다.

매달 17일 기준 3월에는 레진이 1580만이고, B 사이트는 665만을 기록했다. 불법 사이트가 합법 사이트에 42%에 달하는 트래픽을 올리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4월 17일에는 레진이 1600만을 기록했고, B사이트는 1450만을 기록하며 트래픽이 거의 근접했고, 5월 17일에는 B사이트가 2390만을 기록하며 1500만을 기록한 레진을 훌쩍 뛰어넘어섰다. 이 추세는 계속 지속되어 8월 17일 기록을 보면 둘 사이가 더 벌어졌다.

B사이트가 도둑질한 웹툰이 레진의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대표적인 유료 플랫폼과 불법 플랫폼의 트래픽이 역전되는 현 상황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은 아니다. 이쯤에서 이런 불법행위를 막을 수 없냐는 궁금증이 생긴다. 현행법은 사업자 또는 원저작자가 불법 저작물 사이트를 신고하면 저작권보호원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다시 방송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차단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이 적게 잡아도 3개월 이상이 걸린다. 심의를 담당하는 방심위 산하 통신소위도 1년에 약 4차례밖에 열리지 않는다. 이마저도 최근 6~7월 사이에는 통신소위조차 구성되지 않아 심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런 상황이니 불법 웹툰 사이트가 잘 되는 장사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놓고 불법 웹툰 사이트를  공급하는 불법 도매업자도 등장했다. 이들 도매업자는 개발, 서버운영은 물론 디도스 공격을 방어한다거나 아니면 이용자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들은 불법 웹툰 사이트를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처럼 홍보한다. 이렇게 손쉽게 오픈되는 불법 웹툰 사이트는 성인인증 없이 구독할 수 있는 성인용 웹툰을 밑밥 삼아 청소년을 유혹해 이들을 사설도박사이트나 성인사이트로 유도하거나 유사한 불법 배너 광고를 노출해 수익을 올린다. 타인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과 함께 인신매매수준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 유혹해 도박사이트로 유도

우후죽순처럼 불법 사이트가 등장하고, 정상적인 업체와 작가들이 고통을 받는다. 이건 단지 한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웹툰 생태계 더 나아가 한국 문화 콘텐트의 생태계를 뒤흔드는 일이다. 인터넷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기도 하니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기업형 불법 웹툰 사이트와 함께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저작물 불법 업로드 문제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계정 운영자들은 하루 이틀 간격으로 삭제와 업로드를 반복하는 치고 빠지기 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신고도 쉽지 않다. 신고로 계정이 정지되어도 유사 계정을 바로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네이버웹툰 측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데, 웹툰 저작권 침해 건에 대해 해당 서비스 사업자에게 직접 저작권 침해 사실을 신고한 건이 올해 상반기에만 약 6000여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런데 불법으로 단속되어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 현행법상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콘텐트를 불법 유통하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지만, 가벼운 벌금형에 그칠 뿐이다. 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불법업자들의 행위는 단순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문화콘텐트 생태계를 파괴하고, 웹툰 작가의 생계를 위협하며, 선량한 회사들의 사업을 방해하고, 더 나아가 청소년들을 불법 서비스로 유인하는 반사회적 행위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엄정한 법 집행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 만화평론가
1995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만화평론으로 데뷔 후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 이론·역사·스토리텔링 등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만화를 위한 책』『누가 캔디를 모함 했나』『박인하의 즐거운 만화가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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