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늦어지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수장의 동시 공백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22일 퇴임 #임명동의안 처리 빨라야 28일 #대법·헌재 동시 공백 유례 없어 #전원합의체·사법부 운영 차질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2~13일 이틀에 걸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14일 청문보고서 채택을 협의했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여야는 15일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간다.
보고서가 채택되면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진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문제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퇴임식이 불과 8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 대법원장의 임기는 24일까지이지만 주말이어서 퇴임식은 이틀 전인 22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까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사법부는 대법원장 공백 상황이 된다.
국회 본회의는 14일과 28일로 잡혀 있다. 14일 여야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앞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더라도 임명 동의는 빨라야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게 됐다. 결국 일주일간 대법원장 자리가 비게 되는 셈이다.
이런 공백을 막을 방법은 국회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원포인트 본회의를 여는 것뿐이다. 하지만 야당이 김 후보자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본회의 개회에 대한 여야 합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 대법원장 권한대행은 선임 대법관이 맡게 돼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용덕 대법관이 권한대행 1순위다.
국회 임명동의 절차가 늦어져 대법원장 공백 상황이 발생하는 건 전례가 없던 일이다. 문민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법원장 공백기는 두 번 있었다. 1993년 9월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3년 만에 사퇴해 최재호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았다. 이보다 앞선 1986년에는 김용철 대법원장이 2차 사법파동으로 2년 만에 물러나면서 1988년 6월 18일부터 7월 19일까지 한 달간 이정우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헌법재판소장 공백은 226일째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자유투표 속에 김이수 후보자는 2표 차이로 낙마했다.
법조계는 사법부 운영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장 자리가 비면 당장 전원합의체 운영이 중단된다.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선 심리와 평의, 초안 검토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재판장은 대법원장이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중요 사건에 대한 전합 선고가 늦어지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 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대법관 회의도 차질이 생긴다. 대법관회의 의장은 대법원장이 맡고 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법조경력자 법관 임용 절차도 임명권자가 없어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는 대단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국회는 사법부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