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KAI영장 기각 수긍 어렵다"… 법원-검찰 이례적 '법리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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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 자료사진. [연합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자료사진. [연합뉴스]

법원이 13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직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은 이 회사 임원 박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가운데, 검찰 측이 "영장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즉각 반발했다.

검찰이 법원의 결정에 반박하며 불만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14일 밤 12시 쯤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사 단계에서의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의 주된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영장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전했다.

검찰은 문자메시지에서 "피의자 박 모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증거인멸죄가 아니라 증거인멸 교사죄"라며 "증거인멸죄는 자기가 아닌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성립되는 반면 증거인멸교사죄는 인멸 대상인 증거가 자기가 처벌받는 형사사건인 경우에도 성립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피의자 박씨로부터 교사받은 실무자도 분식회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자들이므로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이나 이 사건에서 인멸된 증거는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분식회계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회계부서와 직접 관련이 없어 분식회계로 인한 처벌 가능성이 없는 개발부서 직원들에게 혐의와 직결되는 중요 서류를 세절기에 세절하도록 교사한 것이므로 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13일 오후 KAI 박모 고정익 개발사업 관리실장의 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에서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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