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 "민주당 도청, 윗선에서 녹음 지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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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새노조가 '고대영과 이인호는 물러나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사진 KBS새노조]

KBS새노조가 '고대영과 이인호는 물러나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사진 KBS새노조]

지난 2011년 KBS 수신료 인상을 논의한 민주당의 비공개회의 내용을 KBS 기자가 몰래 녹음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KBS 기자협회가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장 모 기자에게 구체적인 취재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치부 중견 A 기자는 당시 3년 차였던 장 기자에게 "녹음이라도 하든가 녹취가 가능하면 하라고 했다"고 조사위에 진술했다. 또 A 기자는 취재 내용을 보고받아 바로 윗선에 보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보도본부장은 현재 고대영 KBS 사장이었다.

조사위는 "3년 차 막내 기자에게 선배가 취재 지시를 하면서 녹취·녹음 같은 단어까지 사용했다면 압박을 느꼈을 수 있다"며 "장 기자가 부담을 갖고 취재하지 않았겠냐는 추정을 할 수 있어 중요한 단서라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2011년 수신료 인상과 관련된 민주당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참석자 발언을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공개한 사건이다. 당시 민주당은 당 대표실 주변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장 기자가 회의 내용을 몰래 녹음해 한나라당에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이 핵심 증거물인 장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확보하지 못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이에 대해 KBS 측은 "KBS 취재기자가 도청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당시 민주당 회의가 공개회의로 시작됐고 회의 시작 때 카메라 촬영을 시도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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