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새 대북제재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유류 첫 제재 대상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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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 [A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A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1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 6차 핵실험을 응징하는 새 대북제재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제사회의 인내가 한계점에 이른 상황에서 ‘속전속결’로 처리된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두 나라의 반대로 원유 봉쇄와 김정은 제재 등은 모두 빠진 채 채택됐다.

핵실험 9일만에 속전속결 처리… #국제사회 엄중인식 반영 #유류공급 30% 차단ㆍ섬유수출 전면금지 #北김정은ㆍ김여정, 최종 ‘제재 블랙리스트’에서 빠져

북한의 지난 3일 6차 핵실험 이후 결의안 도출에 매달렸던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으로의 유류공급을 30% 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제재를 마련했다. 북한 정권의 ‘생명줄’로 여겨지는 유류가 유엔 제재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전면적인 대북 원유금수에는 실패했다.

김정은 정권의 숨통과 돈줄을 모두 차단하겠다는 목표 지점에서는 크게 물러섰다. 미국으로서는 공언했던 대로 속도전의 의미를 살렸다면, 중국으로서는 점진적으로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자는 입장을 지켜내는 선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원유와 석유 정제품 등을 포함한 전체 유류 제한은 기존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결의안은 전면적인 대북 원유금수가 빠진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제재도 제외되는 등 미국이 주도한 초강경 원안에서는 상당부분 대폭 후퇴한 결과다.

당초 결의 초안에는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최종 결의에서는 빠졌다.

다만 이번 결의안의 최대 쟁점인 전면적 원유금수를 놓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맞선 끝에 상한선을 정해 전체 유류량 공급의 30% 정도가 차단되도록 타협함으로써 대북제재가 결렬되는 상황을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이번 결의는 우선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는 한편,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와 추가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대북 원유수출은 기존 추산치인 연 400만 배럴을 초과해서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연450만 배럴로 추산되는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수출도 연간 기존 450만 배럴에서 대폭 축소된 200만 배럴로 상한을 설정했다. 원유 관련 콘덴세이트(condensateㆍ천연가스에 섞여 나오는 경질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북 수출은 전면 금지했다.

해외에 진출한 북한 노동자와 관련,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에서 건별로 사전 허가를 하지 않는 한 신규 고용을 금지했다. 기존에 이미 고용된 북한 노동자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했다. 다만 결의 채택 이전에 이미 서면으로 고용계약이 이뤄진 경우는 고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북한은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최소 5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송출해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섬유 수출 차단과 해외노동자 송출 제한을 통해 각각 연 8억 달러와 2억 달러 등 총 10억 달러(1조1350억원)의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금수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유엔 회원국이 공해상에서 기국(선박 국적국)의 동의하에 검색하도록 촉구했다. 당초 검색 의무화를 추진하던 데서 후퇴한 것이다. 다만 공해 상에서의 검색에 기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선박을 적절한 항구로 이동시켜 검색할 의무를 부과했으며, 기국이 이마저도 거부하면 해당 선박에 대해 자산 동결 조치 대상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또 공해상에서 선박에서 다른 선박으로의 물품 이전을 금지했다. 이미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된 북한산 해산물을 제3국에 넘기는 행위 같은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 등 개인 1명과 노동당 중앙군사위ㆍ조직지도부ㆍ선전선동부 등 3개 핵심 기관이 신규 제재 대상에 올랐다. 당초 결의 초안에는 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최종 결의에서는 빠졌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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