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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비자금 3조~5조원 중국·러시아 등에 숨겨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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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들. 북한의 해외 송출 노동자는 최소 5만 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중앙포토]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들. 북한의 해외 송출 노동자는 최소 5만 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중앙포토]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조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비자금이 약 30억~50억 달러(약 3조3000억~5조630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 ‘39호실’ 전 간부 폭로 #금·인력·무기 수출이 주 수입원 #사치품 사거나 핵 개발에 쓴 듯 #계좌 추적 복잡해 동결 힘들어 #필리핀 "북한과 교역 전면 중단" #멕시코도 북한 대사 추방 조치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8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이전부터 중국·러시아·홍콩 등에 금·현금 등의 형태로 비자금을 마련해 왔다”면서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추적이 어렵지만 전직 노동당 39호실 간부 등의 증언에 따르면 해외 은닉자산은 30억~5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지도자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기관으로는 국내담당인 38호실과 해외담당인 39호실이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39호실로 일원화된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비자금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의 로열패밀리가 통치자금으로 쓰는 이른바 ‘혁명자금’으로 활용됐다. 김정은 역시 성과를 낸 간부들에게 고급 시계나 전자제품을 하사할 때 이용하거나, 북한에 없는 사치품 구매 등에 써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정은

김정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동결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2500만 달러(약 282억원)도 김정일의 통치자금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BDA 사태 이후 북한 정권의 통치자금 관리가 한층 고도화돼 세계 각지의 차명계좌에 분산·은닉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조 부소장은 “지금은 막혔지만 과거 북한의 금 수출은 대부분 비자금 마련에 이용됐고, 해외 파견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임금, 해외 식당의 수입 중 상당 부분과 불법 무기거래 자금 등이 비자금의 주요 채널”이라면서 “금·무기 수출은 국제사회 제재 이후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최근 김정은 비자금의 주요 통로로 떠오른 해외 노동자 임금의 경우 연간 5만 명 이상이 하루 16시간씩 일해 번 연간 12억~23억 달러(약 1조3500억~2조60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북한 정권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김정은의 비자금을 묶거나 차단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 부소장은 “비자금 계좌 차단을 위해서는 해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특정 차명계좌가 김정은 비자금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책기관 연구원은 “어느 계좌가 김정은의 자금인지를 확인하려면 입출금 시스템과 인맥을 모두 추적해야 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엔 중동에서 무기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대금은 전혀 다른 곳에서 인출되는 시스템이어서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북한경제 전문가는 2년 전 탈북한 39호실 출신 간부의 증언 등을 통해 김정은 통치자금의 대략적인 규모를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증언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는 아직까지 공개된 적이 없다.

한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이 8일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앨런 카예타노 필리핀 외교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필리핀은 경제제재를 포함한 대북 안보리 결의를 전면 이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는 데 있어 세계와 하나”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정부 또한 이날 북한의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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