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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자는 정신치료받는데 가해자는 봉사 5시간… 피해 학생 학부모 반발

중앙일보

입력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으로 피해 학생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으나 가해 학생에게는 봉사활동 5시간의 처벌만 내려졌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8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15년 12월 24일에 일어났다.

이날 오후 4시 40분경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학교 운동장에서 3학년 A군이 같은 학년 다른 반인 B군의 머리를 주먹과 휴대전화로 때렸다.

이 장면은 학교에 설치된 CCTV에 모두 담겼다.

2015년 12월 초등학교 3학년 A군(빨간색 원)이 B군(노란색 원)을 휴대전화를 들고 때리는 CCTV 장면. [사진 B군 어머니 제공=연합뉴스]

2015년 12월 초등학교 3학년 A군(빨간색 원)이 B군(노란색 원)을 휴대전화를 들고 때리는 CCTV 장면. [사진 B군 어머니 제공=연합뉴스]

CCTV에는 폭행 직전 A군이B군을 뒤에서 넘어뜨리는 장면과 두 명이 몸싸움하면서 서로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도 찍혔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조사에서 이 폭력사건 발생 동기를 놓고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A군을 가해 학생으로 보고 학교에서 봉사 5시간, 특별교육 4시간 이수를 결정했고, 피해 학생인 B군에게는 심리상담과 조언을 받도록 하고 이를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A군이 이날 하루만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아들을 괴롭혔다는 다른 학생의 진술이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를 무시했다"며 "특히 학교 측은 피해자 부모가 갖고 있던 CCTV 장면을 삭제하라고 강요하는 등 사건 축소·은폐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부모는 A군의 전학을 요구하며 재심을 신청했으나, 부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소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고 폭력에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기각 이유로 설명했다.

재심 결과에 불만을 가진 피해 학생 학부모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도 이를 기각했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평소 괴롭히는 사람이 무슨 친구 사이냐"고 기각결정에 반발했다.

그는 "아들은 당시 뇌진탕·타박상으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고 폭력사건 이후 불안·불면·회피 등 증상으로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정신치료가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을 받았다"며 "지금도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복도에서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가해 학생 학부모는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폭위원회 자료를 보면 B군이 먼저 놀리자 A군이 화가 나 싸웠고 B군도 A군의 머리를 잡고 얼굴을 할퀸 것으로 나와 있다"며 "쌍방 폭행 사건이지만 피해 정도를 고려해 봉사 처분했고 외부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CCTV 삭제 요구'에 대해 "CCTV에 개인정보가 있어 학교 측에서 피해 학부모에게 영상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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