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대표 74일 만에 물러나자 … 유승민·김무성에 쏠린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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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74일 만에 사퇴한 이혜훈 전 바른정당 대표(왼쪽)가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 전 대표 오른쪽은 김무성 의원. [조문규 기자]

취임 74일 만에 사퇴한 이혜훈 전 바른정당 대표(왼쪽)가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 전 대표 오른쪽은 김무성 의원. [조문규 기자]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7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6월 26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선출된 지 74일 만이다.

이혜훈, 금품 의혹에 결국 사퇴 #바른정당 비대위 체제 전환 거론 #“위원장에 유승민 추대” 얘기 나와

이 대표는 의원 전체회의에서 “우리의 가치 정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표직에서 사임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강이 옳다는 동지들을 뒤로하고 자강의 불씨가 사그라드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안보 위기 국면에서 야당 대표의 막중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저의 불찰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전국을 돌며 ‘바른정당 주인 찾기’ 캠페인을 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벌였다. 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시도하는 통합론에 대해 자강론으로 맞섰다.

하지만 이 같은 이 대표의 행보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31일 사업가 옥모씨가 사업권 편의를 얻는 대가로 이 대표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현금과 가방, 옷, 지갑 등 6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옥씨로부터 돈을 빌린 적은 있으나 모두 갚아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지난 주말부터 일부 중진의원이 이 대표에게 사퇴 권고를 한 데 이어 6일 열린 국회의원·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원외 위원장들의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조만간 당과 본인을 위한 결정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하며 자진사퇴에 무게를 실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 대표는 7일 오전 사퇴 결심을 확정하고 측근들에게도 알렸다고 한다.

동료 의원과 이야기하는 유승민 의원. [연합뉴스]

동료 의원과 이야기하는 유승민 의원. [연합뉴스]

이 대표의 사퇴로 바른정당은 창당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당내에선 당장 새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보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로선 김무성 의원보다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다소 많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면 아무래도 제일 박수를 많이 받는 비대위원장은 유승민”이라며 “물론 우리 당의 세력구조상 김무성 의원의 동의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비대위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주호영 원내대표 임시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한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김무성·유승민 의원 모두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 원내대표가 대표 대행을 맡는 임시체제로 간 뒤 연말이나 내년 초 전당대회를 다시 여는 것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김 양측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비교적 젊고 개혁보수 이미지를 가진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차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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