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트럼프는 일본 핵무장 원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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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성-14형 핵탄두' 사진 공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화성-14형 핵탄두' 사진 공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의 핵무장을 원하는 걸까.

일본ㆍ한국 ㆍ대만의 핵 통해 中 억제 전략 #동맹국에 中 견제 비용 넘겨 경제적 이득도

미국 국제정치전문가 월터 러셀 미드 미 바드대학 교수·허드슨 연구소 연구원은 4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서, 백악관 일부 보좌진들은 동아시아의 핵 보유가 패배가 아니라 미국 외교 정책의 승리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경제적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핵무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에서 군대를 철수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핵무장 수위를 높일수록 일본이 핵무기를 갖출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게 오랜 관측 결과라면서다. 여러 전문가에 따르면 세계의 비핵 국가 중 일본은 가장 단시간(몇 달 가량) 내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미드 교수는 "북한 위기는 미국에 바람직하지 않은 두 가지 선택지를 안겼다"며 "70년간 미국이 지켜오던 전략을 폐기함으로써 아시아의 불안정성을 높이거나, 포악하고 부도덕한 북한 정권과 전쟁 위험을 각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핵 위기와 관련해 트럼프 정부 내의 시각은 둘로 갈라져 있다고 봤다. 백악관 고위 참모 등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핵무장을 막고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하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미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본다. 반대로 동아시아의 핵무장이 미국 외교의 '실패'가 아니라 '승리'로 여기는 시각도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 나아가 대만까지도 핵을 가짐으로써 중국의 지정학적 야욕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동맹국에게 중국 견제 비용을 넘김으로써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국방예산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미드 교수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손을 떼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견지해왔던 전략적 사고의 전면적인 단절을 의미할 수 있다"며 "태평양에서 미군의 철수는 평화적인 전개보다는 군비 확장 경쟁과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야욕은 일본의 무역 루트 확보를 위협하고, 일본에도 위협이 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야욕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드 교수는 "광적인 김정은 정권은 미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경희 기자, [연합뉴스]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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