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 보이콧이냐 대북 석유 금수냐... 중국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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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발끈한 미국이 두 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 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 원유수출금지, 다른 한 장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다. 어떤 카드를 내놓더라도 중국의 협조를 구하거나 반발을 무마해야 북한에 대한 성공적인 압박을 장담할 수 있다.

대북 원유수출금지 제재 통과에 전력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도 타격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카드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그는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과 무역ㆍ거래하는 누구도 우리와 무역 또는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므누신 재무장관. [AP=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므누신 재무장관. [AP=연합뉴스]

사실상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이전까지 중국의 단둥은행, 단둥리치어스무역 등 소규모 은행과 기업을 제재대상 리스트에 올려 중국 측에 모종의 제스처만 보여줬다. 중국은행(BOC)과 공상은행 등 중국의 핵심 국유은행을 봉쇄할 수도 있다는 사전 경고 성격이었다.

그러나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뿐 아니라 미국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사안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동하는 즉시 중국이 보복 조치를 내놓으며 무역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미국과 중국의 교역량이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523조 원어치를 수입했고, 131조 원어치를 수출했다.

이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는 중국과 교역을 실제로 중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미국이 유엔 안보리 협상에서 우위에 올라서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4일 안보리 긴급회의를 통해 미국과 일본은 사실상 제재의 완결판인 대북 원유수출금지 조치를 새로운 대북제재에 집어넣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 원유 수출금지 조치를 받아들이게끔 만드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당시엔 57일이 지나서 결의를 채택했고,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때는 결의 통과에 82일이나 걸렸다. 북한의 핵무기 완성 전에 핵질주를 멈추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 경제의 생명줄인 석유 공급을 끊어 핵 개발을 멈추려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최대한 신속하게 채택해야 한다. 결국 북한과 국제사회는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중국을 거세게 압박할 전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전경.[사진 유엔 홈페이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전경.[사진 유엔 홈페이지]

선택은 중국은 몫이다. 전문가들은 석유 파이프 라인이 멈추면 북한 경제가 사실상 버티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이 그 어떤 제재에도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는 만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외교적 해법으로 돌파구를 찾자는 거다. 1994년 북미협상을 성사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CNN을 통해 “북한에 핵무기를 그만두게 하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작거나 없다고 본다”며 “지난 수년간 실패한 협상은 모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려 한다는 잘못된 전제를 기반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헤이즐 스미스 런던대학의 동양아프리카대(SOAS) 교수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남은 선택은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혐오스럽다고 여겨지는 정권과의 매우 용감한 외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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