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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역사 3곳 허가 만료 넉달 앞, 정부는 아직도 무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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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영등포·동인천역 민자역사(驛舍)의 운명이 갈림길에 섰다. 국가에서 받은 사업허가 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후 처리 방안은 원상회복(철거), 국가귀속, 점용 기간 연장의 세 가지다. 문제는 세 가지 방안 모두 논란의 소지가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어느 안으로 방향을 잡더라도 시간이 촉박한데 정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서울·영등포·동인천역 ‘발등의 불’ #원상회복·국가귀속·연장 중 택해야 #철거는 손실 막대해 현실성 없어 #기간 연장도 규정 없어 쉽지 않아 #무상귀속 땐 사업자 반발 불 보듯

민자역사는 국유철도재산을 활용해 옛 철도청의 경영을 개선하고, 이용객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에 마련한 제도다. 민간 사업자가 국유철도부지의 역사에 상업·역무시설 등을 복합 개발하는 방식이다. 사업자가 30년간 상업시설을 운영하고 국가에 점용료를 지불한다. 현재 운영 중인 민자역사는 총 15곳이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이들로부터 나오는 토지 점용료는 지난해 기준 연간 약 527억원이다. 87년 이후 이번에 점용허가가 만료되는 서울·영등포·동인천역 민자역사의 연간 점용료는 각각 66억원, 91억원, 7억4000만원이다. 특히 서울역과 영등포역은 용산역 다음으로 점용료가 높다. 부지가 넓고 입지가 좋기 때문이다. 이들 민자역사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민자역사 점용허가 기간이 끝났을 경우 법에 따른 원칙은 ‘원상회복’이다. 상가를 모두 철수시키고, 건물도 철거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민자역사 대부분은 역무시설과 상업시설의 분리가 쉽지 않은 구조다. 철거 과정에서 철도시설 이용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철거와 재건축에 비용이 드는 데다 이 기간에 영업도 할 수 없어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대안은 시설 소유·운영권을 국가에 넘기거나(국가귀속), 현재 사업자에게 점용 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세 역사에 적용되는 옛 국유철도재산활용법과 국유철도운영특례법에는 시설물의 귀속 여부나 이후 역사 운영에 대한 규정이 없다. 유상으로 귀속시킬지, 무상으로 귀속시킬지도 불명확하다. 원상회복 의무를 면제해주고 국가에 귀속할 경우엔 무상으로 하는 게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이 경우 사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직접 짓고 30년간 운영해온 시설과 사업권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어서다.

국가귀속 이후 관리방식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국유재산법’을 적용하면 국가에 귀속한 자산을 허가 방식으로 다시 임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전대는 금지된다. 김송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민자역사에 입주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경우 식음료 매장 등이 대부분 임대 매장이기 때문에 전대금지 조항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점용허가 연장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기간 연장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현재 사업자의 허가를 연장하려면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점용허가 연장 기준을 두고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부의 점용허가 연장 문제에 관한 ‘2차 연구용역’은 기존 사업자인 롯데에게 유리한 평가 구조를 제시했다며 영등포 역사를 국가에 귀속시키고, 새로운 경쟁체제로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간은 넉 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아직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4년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다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영업 중인 사업자나, 민자역사에 새로 진입하고 싶어 하는 업체들은 정부의 결정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절차상 정부가 국가귀속을 할지, 허가연장을 할지 방향을 정하는 게 급하다”며 “아직 국토부에 공식적으로 사업 의사를 밝히거나 허가 연장 신청을 한 사업자는 없다”고 말했다.

어느 방안으로 결정하더라도 이후 처리 절차에 필요한 시간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귀속이나 점용허가 연장 결정을 내릴 경우 운영사업자 재선정이나 점용허가 연장 기준 선정 및 평가 같은 후속 절차를 허가 만료 이전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감안해 처리 방안에 대한 세 번째 용역연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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