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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 내년 19개 기관 718억 삭감 … 국정원은 ‘예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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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른바 ‘눈먼 돈’으로 불리던 정부의 내년도 특수활동비가 17.9% 감축됐다. 다만 가장 규모가 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는 이번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감사원 집행실태 점검, 예산에 반영 #대통령비서실 23% 깎아 96억 #“국정원, 고도의 비밀 업무 기관” #올해 수준 4930억 안팎 유지할 듯 #“정보 목적 외엔 용처 밝혀야” 지적

감사원은 28일 법무부·경찰청 등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실시한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점검 결과 19개 기관의 올해 특수활동비 예산(4007억원)에서 718억원(17.9%)을 감축해 2018년 정부 예산안에는 3289억원이 반영될 예정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앞으로 특수활동비는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5년간 3590억원 상당의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점검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개최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각급 정부기관별로 특수활동비 절감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른바 법무부와 검찰의 ‘돈봉투 만찬’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대통령 비서실은 올해 특수활동비 대비 22.7%를 절감한 96억5000만원, 대통령 경호처는 20.5% 감축한 85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경찰청은 17.7%를 줄여 1058억7900만원, 법무부는 16.7%를 줄인 238억1400만원, 국세청은 20% 줄인 43억5900만원의 특수활동비 예산안을 각각 제출했다.

이번 점검에서 국정원은 제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정원 예산은 모두 특수활동비로 편성되고 고도의 비밀 유지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다른 집행기관과는 예산의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올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4930억8400만원으로, 다른 19개 기관을 합친 금액보다 많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반영됐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 의혹이 불거진 데다 최근 국회 결산심사에서 법무부 일반예산에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핵심적인 ‘정보 수집 목적’을 제외한 예산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다른 주요 기관을 지원하는 용도로도 쓰여왔는데, 이러한 특수활동비 ‘돌려쓰기’ 관행을 차단하는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감사원이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19개 기관의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를 확인한 결과 49.7%는 지급 상대방·일자·금액·사유 등을 기재하는 집행내용확인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는 수사·정보수집활동 등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집행의 목적 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도 절반은 확인서를 구비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매년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를 점검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기재부에 통보해 다음 연도 특수활동비를 삭감하는 등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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