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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신상보다 비싼 중고 백 … 럭셔리 경매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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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직장인 유정희(38)씨는 최근 중고 거래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베네타의 장지갑을 샀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나 매장을 이용한 게 아니었다. 경매회사의 럭셔리 경매였다. 100만원에 팔리는 걸 31만원(이하 19.8%, 수수료 불포함)에 낙찰받았다. 유씨는 “새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미술품 취급하던 서울옥션·K옥션 #핸드백·시계 등 명품으로 발 넓혀 #자체 감정팀이 합리적 가격 책정 #짝퉁 걱정 없이 거래, 신뢰가 무기

미술품 거래 방식으로 알려진 경매가 이제는 럭셔리 패션 아이템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7년 2월 서울옥션의 온라인 경매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auctionblue.com)를 시작으로 9월엔 K옥션(k-auction.com)도 온라인 럭셔리 경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헤럴드아트데이(artday.com)는 2014년부터 미술품 경매를 할 때 럭셔리 제품을 일부 입찰한다.

매장서 구하기 힘든 물건은 입찰 경쟁 치열

경매 대상은 핸드백 등 잡화 및 시계·보석이 주를 이룬다(K옥션은 보석 제외). 대기 순번조차 받기 힘든 에르메스의 버킨백처럼 희소성 있는 제품부터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이나 까르띠에 탱크 솔로 등 각 브랜드의 클래식한 제품까지 모두 등장한다. 낙찰가는 천차만별이다. 지난 7월 서울옥션블루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한 번도 쓰지 않은 2013년 에르메스 버킨백이 1420만원에 낙찰됐다. 2013년 판매가는 대략 1100만원대였다. 그런가 하면 8월 22일 경매에서는 IWC의 2017년 포르토피노 시계가 285만원에 낙찰됐다. 이 모델의 매장 가격은 560만원이다. 서울옥션블루 이지희 경매본부장은

"경매에서 가격은 얼마냐 오래됐냐, 새것이냐로 달라지기보다 희소성, 참여 고객의 선호 컬러나 사이즈, 물건 상태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① 한 럭셔리 경매회사의 온라인 사이트 화면. 2013년 나온 에르메스 버킨백은 42회 응찰 끝에 1420만원에 낙찰됐다. ② 4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은 샤넬 클래식 캐비어 점보 네이비 은장. ③ 에르메스 H아워(HH1810)는 7회 응찰 끝에 90만원에 낙찰됐다. ④ 8월 30일 응찰이 마감되는 까르띠에 플라워 다이아몬드 반지. 시작가는 320만원이다. ⑤ 천연 블루 사파이어(8.31캐럿)에 천연 다이아몬드 50개가 박힌 반지는 1000만원에 낙찰됐다. ⑥ 롤렉스의 스테디셀러이자 다이버 워치인 서브마리너. 최종 낙찰가는 2520만원이었다. [사진 서울옥션블루·헤럴드아트데이]

① 한 럭셔리 경매회사의 온라인 사이트 화면. 2013년 나온 에르메스 버킨백은 42회 응찰 끝에 1420만원에 낙찰됐다. ② 4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은 샤넬 클래식 캐비어 점보 네이비 은장. ③ 에르메스 H아워(HH1810)는 7회 응찰 끝에 90만원에 낙찰됐다. ④ 8월 30일 응찰이 마감되는 까르띠에 플라워 다이아몬드 반지. 시작가는 320만원이다. ⑤ 천연 블루 사파이어(8.31캐럿)에 천연 다이아몬드 50개가 박힌 반지는 1000만원에 낙찰됐다. ⑥ 롤렉스의 스테디셀러이자 다이버 워치인 서브마리너. 최종 낙찰가는 2520만원이었다. [사진 서울옥션블루·헤럴드아트데이]

고객 입장에서 럭셔리 경매는 명품을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에 얻는 장점도 장점이지만, 대부분 해당 매장에서조차 쉽게 살 수 없는 물건을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도 있어 럭셔리 경매를 두고 ‘명품의 민주화’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잘 알려진 대로 돈이 있다고 에르메스 매장에 가서 버킨백을 살 수 없지만 경매에서는 얼마든지 곧바로 내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 세계 주요 경매 업체들이 핸드백이나 보석·시계 등을 취급한 건 이미 오래전이다. 다만 경매 역사가 짧은 국내에서는 이제 막 눈을 돌리는 중이다. 어떤 배경이 있는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명품 구매가 대중화하면서 중고 거래 역시 많아진 걸 꼽는다.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중고 명품 시장 규모는 최소 5조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 간 은밀하게 거래되거나 믿을 수 없는 중고 사이트가 많아 진위가 종종 논란이 된다. 경매회사들은 이 점에 주목해 미술품 경매의 노하우를 럭셔리 제품에 적용시켰다. 서울옥션블루 이지희 경매본부장은 “‘신뢰할 수 있는 채널에서 럭셔리 제품을 사고팔고 싶다’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자체 감정팀을 두고 소장품 가격 책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기존 중고 명품숍과 차별화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실제 서울옥션블루·K옥션은 럭셔리 제품의 자체 감정팀을 두거나 보석은 GIA·한국보석감정평가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보증서가 있는 제품만 취급한다. 만약 낙찰 뒤 가짜 판별이 나면 전액 보상도 보장한다.

회원 가입해야 … 프리뷰로 경매 물건 확인

온라인 럭셔리 경매가 속속 생겨나는 데는 달라진 명품 고객들의 구매 패턴도 한몫했다. K옥션 전략기획팀 김정임 이사는 “이제는 직구나 편집쇼핑몰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의 몇백만원짜리 옷이나 가방을 온라인으로 사는 일이 낯설지 않다”면서 “이러한 구매 습관이 온라인 경매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럭셔리 경매는 미술 시장과 럭셔리 시장 고객의 선순환 전략을 꾀한다. 럭셔리 경매 입찰자가 자연스럽게 미술품에도 눈을 돌리고, 미술품 고객이 경매품을 내놓으면서 자금을 확보하는 순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는 “1000만원짜리 가방을 사는 사람은 많아도 비슷한 가격의 미술품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국내 부자들의 현주소”라며 “제한된 미술 시장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럭셔리 온라인 경매의 입찰과 위탁은 미술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회원 가입을 하고 원하는 물건이 있을 경우 일주일 전쯤 열리는 프리뷰에 가면 된다. 프리뷰란 경매 주최 측이 마련한 전시로, 실물을 확인하는 동시에 해당 제품의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자리다. 시작 가격에 따라 5만~20만원 단위로 가격을 올리는데, 11~19%대의 수수료가 추가된다. 제품을 팔고 싶다면 해당 제품을 들고 직접 업체를 찾아 감정팀과 함께 시작 가격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울옥션블루와 헤럴드아트데이는 부정기적이지만 거의 한 달에 한 번, K옥션의 경우 매주 열릴 예정이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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