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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금융정책에 반기 든 옐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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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재닛 옐런(71·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정책에 사실상 반기를 들면서 내년 2월 임기종료 이후 재임용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는 점진적으로” 목청 #내년 연임할 가능성 희박해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내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총재 연찬회’에서 옐런 의장이 개막 연설의 대부분을 금융규제에 할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2월 그를 재신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옐런 의장과 백악관 사이의 간격이 더 크게 벌어졌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옐런 의장은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그동안 4년 임기의 Fed 의장직은 집권 정당이 바뀌더라도 한 차례 이상 연임하는 게 관례였다.

옐런 의장은 지난 25일 “10여 년 전 경제위기 이후 만들어진 개혁조치들이 신용 공급을 과도하게 줄이지 않으면서도 금융시스템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증거가 있다”며 “규제의 틀에 변화를 줘야 한다면 반드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금융 시스템의 탄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를 제한하는 ‘볼커 롤’의 일부가 단순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Fed가 소규모 은행에 영향을 주는 규제에서 ‘불필요한 복잡함’을 제거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볼커 룰’은 2015년 미국 대형은행이 자기자본으로 위험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시행된 은행자산운용 규제책이다. 이 규제를 제안한 폴 볼커 전 Fed 의장의 이름을 땄다. 월가 출신이 대거 포진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볼커 룰을 수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특히 월가 출신으로 차기 Fed 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금융규제 완화를 진두지휘해왔다.

이날 옐런 의장의 개막연설은 콘 위원장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세제개편안을 비롯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직후에 나온 것이다.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상당한 수준의 통화완화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며 “완화적 통화정책 아래에서 규제완화는 금융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금융위기를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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