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직자도 동창·친목회 5만원 이상 추석 선물 받을 수 있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추석을 앞두고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에 따라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의 범위를 밝혔다.

권익위 ‘김영란법’ 유권 해석 #상급 공직자, 부하에게 선물 가능 #직무 관련 땐 5만원 이하도 불법 #일반인끼리는 아무런 제한 없어

25일 권익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상 선물 가액 상한선은 5만원으로 규정돼 있지만 선물을 받는 사람이 공직자가 아닐 경우에는 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법이 규정한 ‘공직자 등’에는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교사,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인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공직자 범위에 속하지 않는 경우 친지, 이웃, 친구, 연인 등 사이에서는 금액과 상관없이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강생이 문화센터 강사, 헬스클럽 트레이너 등에게 선물을 하는 경우는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온누리상품권을 주거나 대기업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과일 세트를 선물할 때도 마찬가지다. 또 학생이나 졸업생이 퇴직한 은사에게 고가의 선물을 줄 수 있다. 선물을 받는 대상에게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는 만큼 주는 사람이 공직자인지 여부도 상관없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공직자라도 금액 제한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주는 선물 ▶동창회·친목회 등에서 주는 선물 ▶장인·처형·동서·아주버니 등 친족(민법 제777조)이 주는 선물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직무와 관련이 없다면 공직자가 5만원 이상, 1회 100만원 이하의 선물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제약업체 직원이 고향 친구인 학교 교사에게 이 범위 내에서 추석 선물을 하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다른 학교로 전출한 교사에게 이전 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교사가 선물을 주는 것도 괜찮다.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련이 있는 공직자와는 원칙적으로 선물을 주고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되는 5만원 이하의 선물’은 법 위반이 아니다. 이런 목적이 인정될 경우 유관 기관과 업무 협조를 하면서 주고받는 선물, 각종 간담회나 회의 등에서 제공하는 선물 등은 5만원 이하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산하기관이 상급 기관, 감독 기관에 선물을 줄 때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일 경우 5만원 이하에서 허용된다.

하지만 5만원 이하의 선물이라도 주고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인허가 등 신청인 ▶지도·단속·조사 등 대상자 ▶입찰, 감리 등의 상대방 ▶인사·평가·감사 대상자 ▶고소·고발인, 피의자, 행정심판 청구인 등이 담당 공직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는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얽혀 있어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선물을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담임교사는 학생에 대한 평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이 같은 청탁금지법상 선물 수수 허용 범위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와 기업, 유통업체 등에 알릴 계획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상한선과 제한사항을 규정한 것인데, 일반인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선물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오해 때문에 이번 추석에 우리 농·축·수산물을 선물로 주고받지 못하는 사례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