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삶과 추억] 바른 글쓰기 앞장 '아동문학계 어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오늘도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참 시시한 일에 매달려 있다. 허깨비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정치도, 문학도, 교육도 상식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고 있는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생전 쓴소리를 마다않던 '아동문학계의 어른' 이오덕씨가 25일 오전 7시 충북 충주시 신리면 광월리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78세.

▶▶▶ 사이버 분향소로

시집 '일하는 아이들' 등 시집.동시집, '나도 쓸모있을 걸' '꽃 속에 묻힌 집' 등 동화, '우리글 바로쓰기' 등 산문집을 포함해 50여권의 책을 썼던 고인은 아이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에 관심이 많았다.

'글짓기'란 말도 틀에 박힌 글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글쓰기'로 바꿔 부르자고 주장했다. 아이들 삶과 동떨어진 '동심천사주의'도 비판했다. 1925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난 고인은 44년 초등교사가 된 이후 교장이 되기까지 43년 동안 교편을 잡았다.

60~70년대 초등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아이들이 직접 쓴 삶의 체험인 '일하는 아이들'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 등을 펴냈다. 고인은 86년 2월 "군부 정권이 하도 발악해 몸서리가 난다"며 교직을 그만두었다.

고인은 83년 '한국 글쓰기 교육연구회'세우는 등 우리말 바로 쓰기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말에 묻어있는 번역 말투.일본 말투를 걸러내고 우리 말과 글을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고인은 55년 동시 '진달래'를 '소년세계'에 발표했고 71년 동아일보에 동화, 한국일보에 수필이 당선됐다. 한국아동문학상과 단재상 등을 받기도 했다.

아동문학 평론가 김이구씨는 "고인은 글쓰기 교육과 아동문학이 바른 길을 가도록 평생을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에 바치셨다. 그 정신과 뜻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99년 신장염으로 건강이 나빠져 장남이 사는 충주 근처로 옮긴 후 평소의 뜻대로 자연을 가까이 하며 본인의 글쓰기와 아이들의 글쓰기 교육에 관심을 쏟았다.

유족은 장남 이정우(농업)씨 등 2남1녀. 유족들은 "장례는 조촐하게 치르라"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발인 날짜와 장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043-857-4775.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