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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 승인 없이 北타격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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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군사전문가들이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때 한국의 승인 없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며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한 발언과 배치된다.

미국 전략폭격기 B-1B(오른쪽) 자료사진 [중앙포토]

미국 전략폭격기 B-1B(오른쪽) 자료사진 [중앙포토]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주한미군사령관들이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응한 미국의 무력행사는 주권에 해당한다며 한국의 승인 없이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한국에 주둔하지 않은 미군 자산으로 북한을 타격할 수 있으며 여기에 한국의 승인이나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본토 밖에 있는 일본, 호주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한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미군 군사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2011~2013년 재임)도 “모든 주권국가는 자국 방어 권리를 갖는다”며 “미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운용은 한미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한국이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한국이 이를 거부한다면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미 본토와 하와이, 알래스카, 괌, 그리고 북한 인근 공해 상에서 북한에 대해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학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명시된 외부의 무력공격에 대한 대응 절차를 상기시키면서도 “‘완벽한 세상’에서라면 우리는 협의를 하고 합의에 이를 것”이라면서 “미국이 북한이 미 영토를 공격할 것으로 보고 국가와 국민을 방어할 행동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미국은 할 수 있고, 한국과 협의 없이 또는 한국의 반대에도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 회의에서 미국 대표부의 로버트 우드 군축담당 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 무기 프로그램은 전세계에 커다란 위협을 주고 있다”며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 맞서 미국과 우방을 보호하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미국은 가능한 한 모든 역량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 제네바 대표부 주용철 참사관은 북한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압력은 우리가 핵 억지력을 더욱 강화하게 할 뿐”이라며 “미국이 한반도의 긴장 상황에 대해 북한에 책임을 전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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