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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언론 "북 엘리트층까지 마약 만연"

중앙일보

입력

북한산 마약의 밀매 통로였던 중국의 단속 강화로 북한 내부에서 마약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고 23일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마약 밀매 범죄에 북한 엘리트층이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여름 국가보위성(당시 국가안전보위부)이 평안남도의 한 도시에서 개최한 주민 대상 강연록을 소개했다.

마이니치, 북 주민 대상 강연록 입수 #중국 밀수출 막히자 내부 거래 늘어 #'21세기 명약' '현대식 감기약'으로 팔려 #마약 팔던 음식점 주인 총살 사례도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6년만에 개최된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전개됐던 ‘70일 전투’ 기간 중 이 도시에서는 200명에 달하는 마약밀매자가 체포됐다. 인근 지역까지 포함하면 500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 "마약 제조 및 판매와 관련된 핵심 인물은 엘리트층으로 이들은 당이나 사법기관의 책임있는 인사를 가족이나 친족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마약이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21세기의 명약’ ‘현대식 감기약’으로 통용된다면서 24시간 공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학 수험생들 중에도 사용자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내 마약이 엘리트층까지 퍼져있다고 보도한 마이니치 신문

북한내 마약이 엘리트층까지 퍼져있다고 보도한 마이니치 신문

실례로 개인이 운영하는 한 음식점을 들었다. 이 곳은 술, 음식과 함께 마약을 제공하면서 하룻밤에 한 사람당 최고 50만원(한화 약 7만 2000원)을 받았다. 이 식당 주인은 중범죄로 총살을 당했다고 한다.

마약밀매는 위조지폐, 미사일 수출과 함께 1990년대 북한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이었다. 당시 마약 제조기술을 습득한 일부 주민들이 중국으로부터 원료를 들여와 제조하면서 마약 밀매가 성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제조는 주로 중국 접경지역에서 이뤄졌으며, 이는 중국에 팔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밀수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판로가 막히자 국내 거래가 늘어났다는 것이 마이니치의 분석이다.

또 강연록에는 마약밀매와 관련해 "더럽게 벌어서 깨끗하게 쓰자"라는 말이 (주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면서 이는 "전 원수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도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담겨있다. 이와 함께 “당의 사상과 맞지 않는 말을 사용하는 자는 반드시 역적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니치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선 마약 범죄자가 증가할 경우 반체제적인 움직임도 생겨날 수 있다는 강한 경계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13년 장성택 처형과 관련 그의 마약 복용을 당에서 문제 삼기도 했다고 전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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