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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논란 덕종어보, 이완용 둘째 아들 재제작 과정에 관여"

중앙일보

입력

덕종 어보와 이완용 가족 사진(뒷줄 가운데가 이항구) [중앙포토, 사진 위키백과]

덕종 어보와 이완용 가족 사진(뒷줄 가운데가 이항구) [중앙포토, 사진 위키백과]

지난 2015년 미국 시애틀미술관으로부터 돌려받은 덕종 어보가 1471년에 만들어진 원품이 아닌 1924년 재제작된 모조품으로 드러난 가운데, 친일파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가 이 덕종어보 재제작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1924년 덕종어보 도난 당시에 이항구가 이왕직(조선의 왕실, 궁궐, 종묘, 어보 등을 관리하는 총독부 산하부서)의 고위직인 예식과장을 역임하고 있었다"며 "분실 당시에 책임자이자 재제작 및 종묘봉환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항구가 덕종어보 재제작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은 부동의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최근 모조품으로 밝혀진 덕종어보를 이항구가 만들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이항구가 만든 것은 아니다"며 "이항구는 당시 종묘의 관리자로서 분실의 책임을 지고 징계 대상이 됐다. 당시 순종이 어보 분실에 대해 염려해 경찰서장을 계속 불러 조사를 촉구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재제작은 순종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어보를 재제작해 정식으로 종묘에 위안제를 지내고 봉안했으므로 모조품이 아닌 왕실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어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혜문 대표는 문화재청의 이 같은 반론에 대해서 "이왕직이란 부서가 순종의 지시를 받는 곳이 아니라 총독부 산하의 조선총독부 기관이란 것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덕종어보 재제작은 총독부의 승인과 허가를 받아서 이루어진 일이지 순종의 결정과 지시로 진행된 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재제작에서 봉안까지 기간이 2주에 불과한 졸속으로 제작해서 봉안했다는 걸 보니 왕실의 인정을 받았다고 얘기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문화재청이 환수 당시엔 조선 왕실 유물이라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재제작품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 "은폐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과학적 분석 결과를 보니까 원래 진품 어보에는 금이 60% 이상 함유되는데 이 덕종어보는 30% 미만으로 아주 소량으로 함유되었다는 게 밝혀졌다. 이 금의 함량이 이 정도로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면 외형상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구별 가능한데 이것을 진품으로 착각해서 받았는가, 그건 저도 좀 의아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덕종어보가 전시되고 있는 전시회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대통령께서 직접 전용기로 가지고 오신 또 시민운동을 통해서 온 국민의 열망을 통해서 반환받은 문정왕후와 현종어보의 귀환을 축하하는 특별전"이라며 "모조품이 전시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점은 문화재청에서 해결해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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