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방부, '공관병 전면 폐지' 방안 총리실에 보고…범정부 대책 곧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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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장관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주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송영무 국방장관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주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방부는 17일 군 간부의 갑질 논란을 받고 있는 공관 관리병(공관병)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성낙정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육군ㆍ해군ㆍ공군에서 (공관병 등 비전투 분야 근무 병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방부 안을 만들어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총리실에 보고한 방안에 따르면 군은 공관병 제도를 당장 폐지하기로 했다. 군부대의 특성상 외진 곳이 많기 때문에 간부의 숙소인 공관은 현재와 같이 운영하지만, 24시간 공관에 대기하며 관리를 전담하는 공관병을 운영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공관 관리는 군부대 시설을 관리하는 직책의 장병이 맡기로 했다.

국방부는 공관병 수가 군 전체 병력으로 보면 극히 소수이지만 장병 인권을 개선하는 게 국방 개혁의 중요한 방향인 만큼 전면 폐지로 방향을 잡았다. 군 소식통은 “관련 시설과 예산을 마련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운영하자는 의견과 모병제를 채택한 미군도 공관병 제도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공관병 폐지에 대한 송영무 국방장관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전했다.

송 장관은 박찬주 대장 부부의 갑질 의혹이 일자 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는 한편 장병을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업무와 상관없는 지시를 한 것으로 밝혀진 군 지휘관은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성낙정 과장은 “국무총리실에서 외교부ㆍ경찰청 등 관련 부처들 간 여러 사항을 검토해서 정부 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전 부처 차원에서 갑질 문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일 범정부적 대책을 주문하면서 국방부를 비롯 외교부ㆍ경찰청 등 전 부처 소관 공관ㆍ관저ㆍ부속실과 지원인력 운용ㆍ근무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각 부처는 지난 16일 전수조사 내용과 제도개선 방안을 총리실에 보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초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갑질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려 했으나 범정부 사안으로 바뀌어 총리실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전수조사에 따르면 각 군에서는 공관병 113명, 복지회관 괸리병 916명, 마트(PX) 판매병 2349명, 테니스병 24명, 골프병 35명 등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복지회관 괸리병은 정원(506명)보다 180%, 마트 판매병은 정원(949명)보다 247%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테니스병ㆍ골프병은 편제에 없는 직책이기 때문에 정원이 따로 없다.

공관병들은 지휘관 관사에서 토마토ㆍ상추ㆍ오이 등 텃밭을 가꾸거나 가축 사육, 정원 관리 등의 업무도 맡고 있다. 지휘관 개인 일정에 맞추다 보니 휴가나 외출, 외박 등이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4개 부대에서 갑질 의혹이 제기돼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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