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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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패인은 김영삼·김대중 두 김씨의 후보단일화 실패」 라고 지적한 정치인들이 있다.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그걸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패장인 두 김씨는 여전히 그걸 모르는 것 같다. 딱한 일이다.
프랑스 혁명 후 이탈리아 전선에 파견된「나폴레옹」은 연전 연승했다.
그것을 시기한 혁명 정부가 「켈러만」이란 장군을 파견해 지역군 사령관을 2인제로 만들려고 했다.
그때 「나폴레옹」은 『군대는 두 사람의 양장보다 한사람의 우장이 지휘하는 편이 낫다』고 회답하며 완강히 거부했다.
쌍두의 독수리는 반드시 다투게 되고, 내부에서 다투면 전쟁에선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병가의 상식이다. 자중지란에 빠진 군대가 어찌 싸움에 이길 수 있는가.
병가의 성서인 『손자』에는 전쟁 수행의 다섯가지 요건을 들고있다. 도·천·지·장·법이다.
백성과 장수가 한마음 한 뜻이 되는 도리와 천시·지리, 그리고 지모와 인망·인애와 용기를 두루 갖춘 장수에다 제도와 운용방법이다.
이걸 모두 잘 알고 잘 써야 승리한다. 그 중 한가지만이라도 부족하면 승리할 수 없다. 그게 철칙이다.
이번 선거전에서 국민이 63.3%의 지지를 했는데도 야당이 패배했다. 그건 장수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패장들은 자기를 질책하지 않고 다른 구실을 찾고 있다. 떳떳지 못한 일이다.
「패한 장수는 군사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옛 말도 있다. 『오월춘추』 에는 월나라의 재상 범여(범여)가 옛 사람의 말을 인용해 「망국지신 부감어정, 패군지장 부감어용」이라고 한 말이 나온다. 옳은 말이다. 게다가 손자는 이런 말도 했다.
『임금은 노여움 때문에 군사를 일으켜선 안되며 장수는 성이 난다고 싸움을 걸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명철한 정치가는 삼가며 훌륭한 장수는 싸웅을 경계한다. 이것이 나라를 평안히 하고 군대를 온전히 하는 도리 (안국전행지도) 다.
병가의 교훈은 우리의 야당 지도자들에게도 엄한 질책을 내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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