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실수요자 맞춤형 주택 공급대책 챙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배웅규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배웅규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침체를 우려했다. 2013년 이후 연평균 61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되며,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과 ‘깡통전세’ 유발 문제가 제기됐다. 5대 시중 은행장은 주택 가격이 15%까지 하락할 수 있음을 예견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 대비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시장은 예측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였다. 아파트 분양가와 재건축 예정 단지의 매매가도 급등했다. 이에 정부는 출범 석 달 만에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8·2 대책은 12년 만에 나온 강력한 투기수요 억제책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의 이유로 국지적 공급 부족을 꼽는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이 96% 수준으로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급 확대 대책이 빠진 수요 억제 대책은 공급 축소 유발로 주택 가격 안정에 한계가 있다고도 말한다. 주거 안정 측면에서 일부 공감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2010년 94.4%였던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2015년 96%를 기록해 가구 수 증가 대비 주택 수 증가 폭이 더 컸다. 또 공급 부족 문제라는 주장은,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데도 뜨거운 부산의 열기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급 측면에서 주택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 위해선 가구 수 증가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주목한 것이 바로 투기수요다. 서울의 자가가구 비율은 2010년 41.1%에서 2015년 42.1%로 다소 늘었지만, 2005년 44.6%에 비해선 감소했다. 이는 다주택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이것이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고, ‘다주택자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이유일 것이다.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개편은 바람직하다. 특히 저금리와 투자처의 부재로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투기수요를 차단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번 대책은 세제와 금융, 청약 제도 등 주택과 관련한 거의 모든 수단이 망라돼 있다. 그만큼 효과도 예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투기수요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부 정책 방향을 명확히 보여줬다. 또 인위적인 주택경기 부양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점에서 시장 안정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투기수요 근절에 집중된 대책은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밝힌 대로 실수요자를 위한 적정 수준의 맞춤형 공급대책도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배웅규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