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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모험 또 성공!...정크본드급 회사채로 18억 달러 조달, '모델 3' 양산체제 구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현영의 글로벌 J카페]
 테슬라의 모험, 끝은 어디?  

투자자들이 보는 테슬라의 매력은 끝이 없는 듯하다. 올해 들어 주가가 40% 급등하며 주식 투자자들을 사로잡은 데 이어 최근에는 사상 처음으로 발행한 정크본드(고금리ㆍ고위험 회사채)에 투자자들이 몰려 예상치를 뛰어넘는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고금리 회사채 18억 달러 발행 성공 #5.3% 금리로 애초 계획 15억 달러보다 더 #신차 '모델3' 양산 체제 구축에 사용 #"투자자들, 테슬라 성공 스토리에 베팅"

블룸버그ㆍ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11일(현지시간) 회사채 발행을 통해 18억 달러(약 2조원)를 조달했다. 애초 예상보다 3억 달러 많다. 테슬라는 지난 9일 “신차 대량 생산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를 15억 달러(약 1조1700억원) 규모로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회사채 이자율은 당초 예상됐던 5.25%를 웃도는 5.30%로 결정됐다. 계획보다 이자율은 다소 올랐지만 조달 금액은 늘어난 것이다. 발행 만기는 2025년이다. 테슬라가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 외에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신차 '모델3' 생산에 필요한 설비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정크본드 발행으로 충당했다. 당초 15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이보다 많은 18억 달러 발행에 성공했다. [사진 TED]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신차 '모델3' 생산에 필요한 설비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정크본드 발행으로 충당했다. 당초 15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이보다 많은 18억 달러 발행에 성공했다. [사진 TED]

미국 CNBC방송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테슬라의 성장 스토리를 믿은 투자자들이 회사채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가격을 낮춘 신차 ‘모델3’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뒷받침됐다”고 전했다. 2003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한 테슬라는 고성능 전기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단기간에 고급 자동차 업체로 자리매김했으나 아직 이익은 내지 못했다.

자동차업계와 금융 시장은 주식 매각이나 증자 대신 정크본드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테슬라의 모험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테슬라는 종전에는 증자 또는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번에 주식 시장 대신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은 머스크 CEO가 자신을 포함한 주주의 지위를 약화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정크본드 금리를 활용하려는 계산이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전했다.

CNBC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기대 이상의 자금을 비교적 낮은 수익률로 조달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회사채 수익률 5.3%는 비슷한 조건의 회사채에 비해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8년 만기에 B3 또는 B- 등급을 받은 회사채 수익률은 평균 7%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테슬라 회사채 발행에 투자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무디스는 테슬라의 채권 발행에 B3 등급을 부여했다. 투자적격 등급(Baaa3)보다 6단계 아래이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B- 등급을 부여했다. 전체 21개 등급 가운데 16번째다.

테슬라의 첫 대중형 전기자동차인 '모델 3'.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선주문 고객 30명에게 처음으로 인도됐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테슬라의 첫 대중형 전기자동차인 '모델 3'.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선주문 고객 30명에게 처음으로 인도됐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주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잠재적 채권 투자자들과의 미팅이 열렸는데, 이 때 머스크 CEO가 또 다시 매력을 발산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직접 참석하는 대신 전화로 투자자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미팅이 끝나고 몇 시간이 채 안 돼 6억 달러어치의 채권 매입 주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초대로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테슬라의 조립 공장 투어를 하기도 했다.

당초 테슬라의 회사채는 잘 팔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인 회사에 10%도 안 되는 금리를 받고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게다가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위험 회피 심리에 따라 정크본드 이자율은 더 올라갔다. ‘블룸버그 바클레이 하이 일드 인덱스’에 따르면 정크 등급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연 이자율은 12일 5.76%로 치솟았다. 최근 5주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했다. 블룸버그는 “채권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마이너스 현금 흐름과 반복되는 자금 조달 등을 일단 묵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고객에게 처음 인도된 테슬라의 대중형 전기자동차 '모델 3' 내부. [테슬라 제공=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고객에게 처음 인도된 테슬라의 대중형 전기자동차 '모델 3' 내부. [테슬라 제공=연합뉴스]

테슬라가 채권 발행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는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를 생산하기 위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전기차를 소량으로 생산ㆍ판매하던 테슬라는 모델3 출시를 계기로 어포더블(affordable)한 가격의 전기차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려는 계획을 세웠다. 모델3는 기본형 가격을 3만5000달러(약 4000만원)로 책정한 테슬라의 첫 대중 모델이다. 한 번 충전으로 354㎞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으로 주목받았다.

일단 테슬라는 자동차 수요 및 판매에 대한 걱정은 없다. 지난달 공식 출시된 모델3의 사전 예약 수량이 이미 50만 대를 넘어섰다. 지금 예약해도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나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차량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테슬라는 아직 이만한 물량의 자동차를 생산해 본 경험이 없다. 지난해 테슬라의 전기차 총 생산량은 8만4000대에 불과했다. 이를 염두에 둔 머스크 CEO는 지난달 임직원들에게 “올 하반기에 우리는 ‘생산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생산량을 급격히 늘릴 계획이다. 내년까지 모델3 차량만 연 50만 대, 2020년까지 100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테슬라는 이미 지난 2분기에만 현금 12억 달러를 썼다. 올해 20억 달러의 추가 투자 계획도 세웠다.

앞서 수년 간 배터리와 조립 공장을 세우는 데 한 해 20억~30억 달러씩을 투자해왔다. 올해 초 주식과 전환사채 시장에서 14억 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이번에 18억 달러를 조달했지만 모델3 양산 시설에는 이보다 많은 자금 투자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무디스의 브루스 클라크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2019년까지 필요로 하는 현금 유동성은 일단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전문매체 런본즈는 "테슬라는 대규모 사업 확장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 반복해서 자본시장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본 집약적인 자동차업종의 특성에 비춰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한 번도 수익을 내본 적 없는 테슬라의 경우에는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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