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난·콘텐트 부족 … 졸속개장 울산 ‘동굴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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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7월 28일 개장한 울산 태화강 동굴피아 입구. 개장 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공사중이다. [최은경 기자]

7월 28일 개장한 울산 태화강 동굴피아 입구. 개장 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공사중이다. [최은경 기자]

지난달 28일 문을 연 울산 남구 신정동 ‘태화강 동굴피아’. 울산 남구가 일제강점기 군량미 창고였던 인공동굴 4개를 2013년 말부터 국·시비 115억원과 구비 35억원 등 150억원을 투입해 동굴문화단지로 조성한 곳이다. 무료개방된 지난 7일까지 10만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곳곳에서 공사 중인 데다 주차난과 교통체증, 콘텐트 부족으로 관람객의 불만을 샀다.

울산 남구 세금 150억 들여서 조성 #공사 한창인데 휴가철 맞추려 오픈 #“볼거리 미흡, 두 번 올 곳은 아니다”

유료화(대인 2000원, 소인 1000원) 첫날인 지난 8일도 마찬가지였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니 동굴 입구가 나왔지만 주차장을 찾기 어려웠다. 주변 아파트 진입로에 겨우 주차하고 걸어 나왔지만 주차안내판은 보이지 않았다. 동굴피아 측은 "동굴 입구 반대편인 제4 동굴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인 남산사 옆에 주차장(55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표소 옆에선 바닥공사가 한창이었다. 여기저기 울타리도 쳐져 있다. 매표소 앞을 오가는 지게차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다녀 위험해 보였다. 동굴 입구에서 표를 끊어 들어가니 ‘안전교육장’이 있었지만 안전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안내원은 “헬멧을 하나씩 쓰고 들어가라”고만 했다.

일제강점기 울산의 모습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는 제1 동굴은 몇 걸음 걷자 다른 볼거리 없이 끝났다. 제2 동굴에는 전구로 꾸민 동물 형상 등 몇 개의 설치물이 있었지만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이 없었다. 제2 동굴 출구에서 관람객들은 “이게 끝이냐”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제3 동굴에는 문어·불가사리 등 바다 생물을 그려 스캔하면 대형 모니터에 입체적으로 나타나는 ‘디지털 스케치’가 있어 그나마 관람객의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모니터를 지나자 바로 출구였고, 출구 역시 공사 중이었다. 관람객 이정은(37·서울 연남동)씨는 “콘텐트가 부족해 두 번 올 곳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안전점검을 한 울산 남부소방서 관계자는 “대피로는 있지만 소화기는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있고, 화재 때 연기를 제거하는 제연설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료화 첫날 방문객은 1500명으로 무료개장 때의 10분의 1로 줄었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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