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돈 음식점으로…여관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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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은행 대출이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음식.숙박업이나 부동산업 등에 은행 돈이 몰리고 있다. 또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면서 시설자금 대출이 늘지 않아 은행 대출에서 제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30%대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24일 올 상반기 중 국내은행(시중은행과 산업은행)이 기업들에 빌려준 산업대출금은 28조3천3백7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산업대출금 잔액은 2백77조6천9백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4%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 이뤄진 산업대출금 중 제조업 대출은 7조4천69억원(지난해 말 대비 7.3% 증가)에 불과했고, 서비스업 대출은 16조30억원(15.1% 증가)이었다.

특히 음식.숙박업에 대한 대출은 16.9%(1조9천억원)나 증가했고 부동산임대 및 사업서비스업(건설업 제외)에 대한 대출도 무려 26.9%(6조4천억원)나 늘어났다. 전체 산업대출금에서 음식.숙박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4.8%로 일본(2.4%)의 배 수준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전체 산업대출금에서 제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월 말 현재 39.2%로 2001년 말(44.6%), 2002년 말(40.7%)에 이어 계속 낮아지고 있다. 반면 서비스업 대출비중은 37.2%(2001년 말)→42.5%(2002년 말)→43.9%(2003년 6월 말)로 커졌다. 특히 올 상반기 시설자금대출은 2조3천2백80억원밖에 풀리지 않아 지난해 하반기(3조5천3백41억원)보다 적었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 대출이 그나마 늘어난 것은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자 돈을 굴릴 곳이 없어진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한 데다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서비스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지만 현재 국내 상황은 제조업과 연관이 있는 물류.지식관련 서비스업보다 소비.향락성 서비스업 및 부동산업에 돈이 몰리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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