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 특급 이대은 잡아라, 하위권 팀들 ‘거꾸로 리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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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대은 리그, 2위 할 만한가요’. ‘어차피 이대은 리그 우승은 kt입니다’.

미국 거쳐 일본 갔다 병역 위해 귀국 #150㎞ 강속구 뿌리며 2부리그 평정 #내년에 올해 순위 역순 지명 우선권 #10위 kt 유리 … 8·9위 팀도 가능성

프로야구 하위권 팀 팬들은 농담처럼 ‘이대은 리그’란 말을 쓴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팀은, 더 낮은 순위를 해 경찰야구단 투수 이대은(28·사진)을 뽑는 게 낫다는 뜻에서 나온 일종의 ‘블랙 유머’다. 2007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이대은은 2015년 메이저리거의 꿈을 포기하고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그 해 9승을 거둔데 이어,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도 뽑혀 한국의 우승에 기여했다. 병역 미필인 이대은은 지난 시즌 직후 경찰청에 지원했다. 문신 탓에 두 차례 낙방했다가 문신을 지우고 올 1월 경찰청에 입대했다.

이대은은 퓨처스(2군) 리그에서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19경기(14선발)에 등판해 7승 3패, 평균자책점 2.93이다. 다승은 공동 1위에 1승 뒤진 6위, 평균자책점은 전체 2위다. 구위를 엿볼 수 있는 탈삼진은 경이로울 정도다. 98과3분의1이닝 동안 삼진 140개를 잡아냈다. 지난달 31일에는 퓨처스 남부리그 1위인 상무를 상대로 7과3분의1이닝 동안 삼진 14개를 뽑아냈다. 7일 두산전에서도 최고 시속 153㎞의 강속구를 앞세워 6회까지 탈삼진 13개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허구연 해설위원은 “직구의 구속과 구위가 모두 뛰어났고, 바깥쪽 제구도 생각 이상이었다. 직구처럼 날아가 떨어지는 스플리터도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대은의 장점은 우완 강속구 투수라는 것이다. 최근 프로야구는 좌완 투수들의 강세다. 상대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오른손 투수가 귀하다. 시속 150㎞대를 던지면서 10승 이상 책임질 수 있는 우완은 박세웅(22·롯데)이 거의 유일하다. 구단들 입장에서 이대은이 더욱 매력적인 건 계약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해외 진출 선수들이 프로로 돌아올 경우, 제재의 일환으로 유예기간(2년)과 함께 계약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이대은은 국내 잔류를 고려 중이다.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는 “프로야구 진출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해외에서 너무 어렵게 생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대은의 전역은 내년이며, 신일고를 나왔지만 해외 유턴파라서 서울 연고 구단인 LG·두산·넥센의 1차 지명 대상자가 아니다. 내년 8~9월 열릴 2019 2차 신인지명에 나와야 한다.

2차 신인지명에선 전년도 순위의 역순으로 지명권을 준다. 현재 최하위인 kt가 1순위 지명권을 얻을 확률이 높다. 다만 이대은의 경우 2019년 서른 살이 된다. 고졸 신인보다 10살 이상 많다. kt로선 전력 보강이 급하긴 하지만 미래를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8, 9위를 다투는 삼성과 한화 등 다른 팀이 이대은을 잡을 수도 있다. 허구연 위원은 “당장 1군에 와도 통할 수준이다. 나이를 감안해도 투수력 보강이 급한 하위권 팀에겐 매력적인 선수”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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