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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박채연·홍예린

‘너 봉사 하는 이유가 뭐야?’

이 질문에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봉사시간을 채우려고’, ‘학교에서 시키니까’ 등의 답변을 내놓는다. 그만큼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특별하고 진정한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 이 친구들은 영정사진 촬영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분들을 위해 '청소년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청소년 장기 프로젝트'는 카메라 드는 걸 좋아하고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위해 일하고 싶은 28명의 중고등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28명의 중·고등학생들은 퇴색되어 버린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청소년 장기 프로젝트'의 기획자 김남규 학생(구미 오상고 2)을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사진=중앙포토]

[사진=중앙포토]

-'청소년 장기 프로젝트'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청소년들이 봉사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스스로 진행하는 활동이에요. 청소년들이 모금활동을 통해 장수사진 촬영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고, 그 비용으로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그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 타이틀이 영정사진이 아니라 '장수사진'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보통 영정사진이라 하면 우울하고 어두운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실 수 있도록 장수사진을 타이틀로 했습니다. 또한, 요즘은 대부분 찍어놓으면 장수한다는 의미인 장수사진을 많이 사용하시더라고요."

-영정사진은 청소년이 접하기 쉽지 않은 소재인데 계획하게 된 동기나 계기가 있나요?
"지난해에 많은 어르신들이 비싼 영정 사진 촬영 비용 때문에 힘들어하신다는 내용의 뉴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내가 직접 장수사진을 촬영해 드리면 어떨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를 위해 작년 7월 주변지역에서 봉사자를 모집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진 친구도 적고, 장수사진 촬영이 생소한 친구들이 대부분이어서 프로젝트 진행을 잠시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 12월에 대외활동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죠."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상반기 장수사진 촬영 봉사는 5월 20일 인천 수 요양원에서 진행했습니다. 촬영에 필요한 비용 마련을 위해 학생들이 2월부터 자신의 SNS에서 프로젝트를 홍보해 모금을 진행했습니다. 3월 4일 대구 오프라인 모금 활동을 시작해 서울 혜화, 홍대에서 오프라인 모금을 진행한 결과, 목표했던 80만 원이라는 금액을 넘어 150만 원의 기부금이 모였습니다. 또한 저희의 프로젝트 소개 글을 접하고 SLR렌트에서 장비를 후원해주셨고, 따뜻한 하루에서 장수사진 액자를 후원해주셨습니다."

-청소년 장기 프로젝트 참여 멤버 선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 받았습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엄청난 반응이었어요. 예상외로 많은 학생들이 지원해 신청서를 받아 뽑았고, 내레이션의 경우 경쟁률이 17:1 이어서 녹음 면접까지 진행했습니다. 역할 당 보통 3 대 1의 경쟁률 이었기에 선발하기가 힘들었어요."

-청소년 장기 프로젝트의 취지는 무엇인가요?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바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전달하고, 청소년에게 기부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성장을 위해 애쓰신 어르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드리려 합니다.

또한 갑자기 돌아가실 수 있는 어르신에게 장수사진을 선물하려 합니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 중에는 거동이 불편하시거나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희가 활동할 요양원 담당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런 어르신들은 장수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갈 여력이 없을뿐더러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아 장수사진을 준비하는기 어렵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보통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영정사진이라는 의미가 무거워 표정이 굳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학생들이 직접 양로원에 찾아가 어르신의 말동무가 되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을 나눔으로써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고, 어르신들께 행복한 추억을 남겨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뿌듯하거나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요?
"프로젝트 기획자로서 프로젝트를 이끌며 힘들 때도 있었고, 지칠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응원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 응원 문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고 그분들의 응원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수사진을 촬영할 때 어르신들이 메이크업을 받고 거울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 저희 팀원의 손을 잡고 고맙다고 말씀해 주실 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힘들었던 것이 모두 사라지고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고 자진해서 봉사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만약 봉사점수를 얻기 위해서라면 가까운 곳에서 봉사를 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봉사시간을 받기 위해 하는 형식적인 봉사가 아닌 학생이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봉사 즉, 기존의 봉사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봉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를 돕는 걸 좋아했던 저이기에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참된 봉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봉사를 하는 사람과 봉사를 받는 사람 서로가 즐길 수 있는 봉사가 참된 봉사라 생각해요. 학생들이 봉사시간과 스펙에 급급하지 않고 자신이 정말 진정으로 하고 싶은 봉사를 하며 봉사의 참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장기 프로젝트로 청소년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가 있다면?
"용기와 도전정신이 필요한 일은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청소년들도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또한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봉사의 재미를 알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봉사에 참여해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시간 때우기 방식의 정형화된 봉사활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한걸음을 내딛은 '청소년 장기 프로젝트' 학생들을 통해 우리는 봉사활동의 새로운 정의를 접하게 되었다. '청소년 장기 프로젝트'는 앞으로 장수사진 뿐만 아니라 미혼모 시설 돌 사진 촬영봉사, 저소득층 가족사진 촬영 봉사 등 대상을 넓혀 많은 분들의 사진을 소중한 추억으로 선물할 예정이다.

글=최서영·박채연·홍예린(영복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사진=청소년 장기 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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