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상곤 장관, 시국선언 교사 감싸기 지나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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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어제 법원과 검찰에 ‘시국선언 교사’들을 선처해 달라는 요청서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직 교육부 장관이 실정법을 어긴 교사들을 공개적으로 감싼 것은 전례가 없다. 대상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국정 역사교과서 파동 때 정권 퇴진 등을 주장한 교사들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전교조 소속이어서 김 장관의 이념 편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요청서에서 “그동안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소통과 통합, 화해의 측면에서 선처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세월호와 국정교과서 사태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이니 관용을 베풀어 달라는 의미다. 김 장관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교육 대계를 걱정하는 교사들이 의견을 표출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교원의 정치적 행위나 집단행동을 엄격히 금지한다. 헌법에도 정치적 중립이 명시돼 있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이전 정부 때 시국선언에 가담한 37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집단으로 정권퇴진 운동까지 벌인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실정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였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세월호 관련 33명은 오는 21일 2심을 앞두었다.

법은 사회공동체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규범이다. 정권과 장관에 따라 적용 잣대가 오락가락하면 그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런 면에서 김 장관의 ‘선처 요청서’는 부적절하다. 사법당국의 판단에 맡겨야 할 일에 개입함으로써 교육의 이념화라는 불신을 자초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한다는 교사의 정치참여 허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더 문제다. 마음에 안 드는 법은 어겨도 된다는 그릇된 사고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교육이 이념에 휘둘리면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