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CNN’ 알자지라, 이스라엘서도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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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카타르와 단교한 이스라엘이 카타르의 위성 국영방송인 ‘알자지라’를 자국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BBC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타르 국영방송 … “테러 부추겨” #알자지라 측은 법적 투쟁 예고

앞서 카타르 단교에 참여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도 알자지라 방송을 금지했다.

아유브 카라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알자지라가 테러리즘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헤즈볼라 등의 선전 도구”라고 퇴출 배경을 설명했다. 또 “표현의 자유가 선동의 자유를 의미하진 않는다. 민주주의에도 제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통신부는 ▶알자지라 예루살렘 지국 폐쇄 ▶방송 송출 중단 ▶알자지라 취재진의 프레스카드를 무효화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알자지라 측은 “지국을 폐쇄하려면 이스라엘 법정이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법적 투쟁을 예고했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자지라 본사는 AFP통신에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하는 이스라엘이 이런 결정을 내려 매우 유감”이라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공격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알자지라는 1996년 카타르의 왕세자 하마드 빈 칼리파에 의해 설립됐다. 왕실의 정치적 이익과 이슬람교 등 특정 종교와 이념을 전파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알자지라는 “왕실과 무관하게 편집권이 독립돼 있다. 국교와 상충하는 콘텐트도 방송해왔다”는 입장이다.

알자지라의 모토는 ‘의견과 또 다른 의견(The Opinion and The Other Opinion)’이다. 실제 걸프만 국가의 권위적 통치체제를 비판하는 등 정부의 보도통제를 받아온 기존 아랍권 매체와는 다른 보도로 많은 시청자를 확보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당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단독 인터뷰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현장에서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후 글로벌 매체로 성장해 현재 전 세계 80개국에 지국을 두고 있다. 아랍어와 영어로 방송하고 있으며 ‘중동의 CNN’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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