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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50대 여성 원룸서 흉기에 손 베인 국회의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민의당 김광수(59·전주갑) 의원이 심야에 원룸에서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김 의원은 선거를 도운 여성의 자해를 말리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으나 여전히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싸우는 소리” 이웃 신고 경찰 출동 #의원 “선거 도운 분 자해 막다 다쳐” #치료 후 부인 있는 미국으로 출국

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2시쯤 전북지방경찰청에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한 원룸에서 남녀가 심하게 다투는 소리가 나는데 가정폭력이 의심된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관할 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했더니 3층 원룸에는 술에 취한 세입자 A씨(51·여)가 얼굴에 멍이 든 상태였고 방에는 혈흔이 발견됐다. 그 옆에는 전북도의원 출신인 김 의원이 함께 있었다. 당시 A씨는 지구대 경찰관들에게 김 의원을 ‘남편’이라며 “살려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국민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경찰은 김 의원에게 폭행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수갑을 채워 현행범으로 체포했지만 신원이 확인됐고 A씨가 “폭행이 없었다”고 진술해 귀가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병원에서 엄지손가락 10여 바늘을 꿰맨 뒤 부인 등 가족이 머무는 미국으로 5일 출국했다.

김 의원은 출국에 앞서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A씨는 캠프에서 선거를 도왔던 분으로) 우울증이 있다. 전화를 받았는데 (자해 등)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찾아갔다. (A씨가) 흉기를 배 부위에 가져가 자해하려는 것을 막던 중 내 손가락을 다쳤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사실관계를 떠나 논란이 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역 국회의원이 굳이 심야 시간대 홀로 있던 여성의 원룸에 찾아간 이유, A씨가 김 의원을 남편이라고 주장한 이유 등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제기된다.

기자는 6일 오후 1시45분쯤 자가용을 몰고 귀가하는 A씨를 원룸 앞에서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A씨는 응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이웃 주민은 “(A씨는) 약 3년 전부터 원룸에 혼자 살았고 1년 전부터 외부인이 수시로 찾아왔다”며 “과거에도 원룸에서 누군가와 다투는 듯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 시민단체인 시민행동21의 김종만 대표는 “김 의원이 공인으로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약 일주일 뒤 김 의원이 귀국하는 대로 조사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호 기자, 김민상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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