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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타포 만능 강백호의 서울고, 대통령배 4번째 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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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고 선수들이 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통령배 결승에서 경남고를 13-9로 꺾고 대회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1984년 대통령배 결승에도 경남고를 이긴 서울고는 33년 만의 재대결에서도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승리했다. [장진영 기자]

서울고 선수들이 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통령배 결승에서 경남고를 13-9로 꺾고 대회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1984년 대통령배 결승에도 경남고를 이긴 서울고는 33년 만의 재대결에서도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승리했다. [장진영 기자]

6일 제5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결승전이 열린 서울 목동야구장. 서울고 선발투수 강백호(18)는 8회 2사 1·2루에서 주승우(18)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강백호가 던진 공은 129개. 마운드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강백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투수와 포수로, 또 4번타자로 맹활약한 강백호가 서울고의 네 번째 대통령배 우승(1984·85·2014·17년)을이끌었다.

결승전서 경남고 13대 9로 꺾어 #타율 0.476, 유일한 150㎞ 강속구 #‘한국의 오타니’ 별명 강백호 MVP #6번째 결승 오른 경남고 또 준우승

서울고 타선은 1회부터 경남고 마운드를 흔들었다. 경남고 에이스 서준원(17)을 상대로 서울고는 1회에만 5안타(2볼넷)로 5점을 냈다. 2회에도 서준원을 두들겨 2점을 추가, 초반에 승부를 갈랐다. 5회와 7회에도 3점씩을 낸 서울고는 경남고 추격을 막고 13-9로 이겼다.

유정민 서울고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서울고는 지난달 청룡기(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배명고에 패하며 준우승 했다. 당시 석연찮은 심판 판정도 있었다. 유 감독은 듬직한 제자 강백호의 한마디에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감독님, 꼭 우승하겠습니다. 믿어주세요.”

강백호는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4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유 감독은 에이스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내세웠다. 경기 전 유 감독은 “(강)백호는 책임감이 강하고, 목표가 뚜렷한 선수”라며 “7월부터 대회가 이어졌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언제나 제몫을 다 해줬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결승전에서 7과3분의2이닝 동안 8피안타 5실점을 기록했다.타석에선 4타수 2안타·3득점을 올렸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타율 0.476(21타수10안타)와 9타점을 올렸다. 투수로는 11과3분의2이닝 7실점,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강백호에게 돌아갔다. 결승전에서 4타수 2안타·3타점을 올린 유격수 양승혁(18)은 미기상, 4타수 3안타·4타점을 기록한 정문근(18)은 수훈상을 받았다.

강백호는 만화 속 주인공 같다. 이름도 1990년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강백호)과 똑같다. 만화 속 강백호는 실력이 떨어지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현실 속 강백호는 실력과 승부욕을 모두 갖춘 ‘야구 천재’다. 강백호는 1학년 때부터 포수·1루수·투수를 두루 봤다. 3학년이 된 올해는 주로 포수로 뛰다 경기 막판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야구 팬들은 강백호를 일본 프로야구의 ‘이도류(二刀類·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선수)’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와 비교한다. 강백호도 오타니처럼 투수로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뿌린다. 슬라이더 스피드도 시속 140㎞에 이른다. 이날 결승전에서 강백호는 최고 시속 152㎞(방송사 스피드건 155㎞)의 강속구를 던졌다. 올해 대통령배에서 시속 150㎞가 넘는 공을 던진 건 강백호가 유일하다.

1m81㎝·95㎏의 단단한 체격을 갖춘 강백호는 타석에서도 강한 타구를 뿜어낸다. 이번 대회에서 홈런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안타 10개 중 5개가 2루타일 만큼 장타력이 뛰어나다. 고교 3년 동안 10개의 홈런을 때렸다. 다음달 열리는 프로야구 2차 신인 지명회의에서 상위지명이 유력한 강백호는 “고교 대회에서 첫 우승을 해 너무 행복하다”며 “프로에 가면 내가 등장할 때마다 경기장을 술렁거리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프로에 가서도 오타니처럼 투타를 겸하는 선수로 컸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남고는 여섯 번째 대통령배 준우승(1973·84·86·92·98·2017년)을 기록했다. 고(故) 최동원, 이대호(롯데) 등을 배출한 경남고는 주요 전국대회에서 17번이나 우승했지만 대통령배에서는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투수력이 뛰어난 경남고는결승까지 5경기에서 62점(경기당 12.4점)이나 뽑은 서울고의 화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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