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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에 ADAS 연내 장착, 사고율 낮춰 내년엔 흑자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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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조정열(사진) 쏘카 대표를 만나고 처음 던진 질문은 “어쩌다 벤처기업 대표가 됐느냐”는 것이었다. 2월 선임된 그는, 처음 듣는 질문은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와 제약사를 거쳐 외식업체, 갤러리 대표까지 다채롭게 변신한 그는 20, 30대 창업자가 대부분인 스타트업 대표직을 사회 경력 29년차에 맡았다.

구원투수로 나선 조정열 쏘카 대표 #높은 사고율이 그동안 수익성 발목 #기술 안정, 고객층 넓어져 도약 발판 #원하는 곳 ‘차 배달’서비스도 출시

조 대표는“29년 가운데 15년 이상을 급변하는 시장에서 수익 모델을 찾는 일을 해왔다”며 “이사회가 나를 대표로 앉힌 건 쏘카가 돈을 벌 때가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생 구원투수로 살아왔고, 쏘카 역시 구원 등판했다는 얘기다. 국내 최대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는 최근 누적 예약 1000만 건, 회원 290만 명을 돌파했다.

경력은 화려하지만 정보기술(IT)이나 스타트업계와는 관련이 없었다.
“모든 산업의 본질은 같다. 내 일은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었다. 로레알에 있을 땐 고가 중심의 화장품 시장에서 중저가 시장을 개척하는 일을 했다. 피자헛에선 배달 중심으로 변한 시장에서 다시 1등으로 올려놓는 과제를 맡았다. 또 갤러리현대에선 내수 한계를 넘어 매출 절반을 해외에서 올리는 회사로 바꿨다. 쏘카에서 맡은 일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쏘카의 과제는 뭔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미 인프라는 완성됐다. 기술은 안정화됐고 차량도 충분히 확보했다. 마케팅을 통해 이용자를 늘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익을 내는 것이 내 역할이다. 내년, 내후년 쯤 흑자를 내는 것이 목표다.”
새 수요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까.
“이미 쏘카 이용객이 바뀌고 있다. 설립 초기엔 대부분의 고객이 20대였다. 지금은 고객의 43%가 30대 이상이다. 최근엔 쏘카존을 직접 찾지 않고, 원하는 위치에서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는 ‘부름’ 서비스도 출시했다. 발렛 서비스와 차량 공유 서비스가 결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30대 이상의 고객에 특히 어필할 거라 기대한다.”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층이 두텁지 않아서인가.
“생각보다 사고율이 높은 것도 큰 이유다. 전체 고객의 50% 이상이 21~29세다. 자차 운전자에 비해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사고율이 높다. 하반기에 업계 최초로 차량 400대에 지능형운전보조장치(ADAS)를 도입할 계획이다. 차선 이탈 경고음이나 급제동 같은 장치로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사고를 줄이면 수익과 고객 안전이 함께 개선될 것이다.”
한국은 대중교통이 굉장히 발달했는데, 차량 공유 서비스에 적합하지 않은 것 아닌가.
“오히려 반대다. 대중교통이 나쁜 도시는 자차 보유율이 높다. 빌릴 필요가 없다. 첫 해외 진출지로 대중교통이 발달한 쿠알라룸푸르를 정한 것도 그래서다.”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니 어떤 점이 다른가.
“처음엔 문화가 너무 수평적이어서 많이 당황했다. 이전 회사에선 비서와 운전기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내 방도 없다. 직원들 틈에서 똑같은 크기의 책상에 앉는다. 첫날 출근하니 인사팀에서 노트북을 주며 어떤 프로그램을 깔면 되는지 알려주더라. 처음 써보는 운영체제에 혼자서 업무용 메신저 앱과 내부 인사시스템을 깔았다.”
왜 도움을 청하지 않았나.
“빨리 이 문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도움을 청하기보다 혼자 따라잡고 싶었다. 처음 한달은 어색했으나 지금은 너무 편하다. 무엇보다 이런 문화 덕에 쏘카의 경쟁력이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경쟁력인가.
“엄청나게 빠르다. 6월에 출시한 ‘부름’ 서비스는 베타 서비스를 새롭게 포장해서 출시하는 데 2주일 정도 걸렸다. 대기업이라면 시장 분석하고 조직 만들고 하느라 서비스 출시까지 적어도 반년은 걸렸을 거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결정을 우리는 모여서 하지도 않는다. 슬랙에서 ‘이렇게 해볼까’ 하면 순식간에 새 기능이 추가된다.”
반대로 스타트업이 대기업에서 배울 점도 많은 것 아닌가.
“맞다. 시스템이나 일하는 방식이 더 고도화돼야 한다. 데이터를 보고 분석한 뒤 경영이나 투자에 반영하는 습관은 더 키워야 한다.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런 구조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
카셰어링이라고 하지만 회사 차를 빌려주는, 사실상 렌터카 사업이다. 한계는 없을까.
“개인 소유의 차를 공유할 수 없다는 국내 규제 때문에 당분간 이 모델로 갈 수 밖에 없다. 차를 사지 않고 공유하는 모델은 미래엔 확산할 수 밖에 없다. 차 한대 유지하는 데 일년에 평균 300만~400만원이 든다. 평소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필요할 때만 차를 빌려 쓰는 문화가 곧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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