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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경기 살아나나 했더니 … 벌써 꺾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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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경기 회복의 온기가 윗목으로 채 퍼지기도 전에 벌써 땔감이 떨어지고 있는 걸까.

불안감 커지는 한국 경제 #KDI “경기 개선 추세 약화된 상황” #산업생산 주춤, 건설 수주 마이너스 #외국인들 주식 팔고 물가 오름세 #부동산 대책으로 경기 위축 우려 #“기업이 사업 집중할 여건 만들어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 개선 추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벌써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8·2 부동산 대책’이 경기 회복세를 더욱 둔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기 시작했고 물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DI는 6일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지난해 4분기 이후 지속해 온 경기 개선 추세가 다소 약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개선 추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속도가 다소 완만해지고 있다”던 지난달의 경기 평가보다 부정적 색채가 더 짙어졌다. 생산·수출·소비·투자 등 주요 지표들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거나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이유다.

실제 6월의 전체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5% 늘어나는 데 그쳐 5월(2.6%)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건설기성액(공사한금액)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5월 15.1%에서 6월 6.5%로 떨어졌다. 건설 수주 증가액(-0.4%) 등 건설 투자 관련 선행지표들도 부진했다.

가장 주목되는 건 역시 수출이다. 수출은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오며 경기 회복세를 주도해 왔다. 7월의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6월(13.6%)보다 높은 19.5%로,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 등 특정 품목을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반도체(57.8%)와 선박(208.2%)을 제외하면 7월 수출 금액 증가율은 2.8%에 그쳤다. 1분기의 12.5%나 2분기의 6.8%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반도체의 경우에도 ‘호황 사이클’이 종료되면 언제라도 수출이 둔화할 수 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부장은 “수출은 반도체와 선박을 빼면 거의 정체 상황”이라며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들이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는 거품이 심해서 곧 꺼질 것 같고, 중국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대중·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경기가 다시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8·2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위축 가능성과 외국인의 매도 행진으로 촉발된 증시 조정 분위기도 부담이다.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하태형 수원대 특임교수는 “부동산 정책에 따른 어느 정도의 경기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부동산 하드랜딩’(부동산 가격 급락)이 발생한다면 타격이 커질 것”이라며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소프트랜딩(점진적 가격 안정화)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단 하루(2일)를 제외하고는 연이어 코스피 시장에서 자금을 빼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에 외국인이 팔아치운 국내 주식(코스피 기준)은 2조3505억원어치(순매도)에 달한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외국인 순매도는 차익 실현 같은 일시적 원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다만 하반기 생산·수출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하반기 주식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특히 생활물가지수가 3.1% 급등하면서 5년6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6일 서울 가락시장 기준 8월 오이(백다다기) 도매 가격을 상품(上品) 100개당 7만6000~8만1000원으로 전망했다. 7월 평균 가격인 5만4000원, 7월 하순 평균 가격인 6만4100원보다 최고 25~33% 높은 가격이다. 이달엔 애호박(전년 동월 대비 최고 66% 상승), 토마토(최고 25.9%), 풋고추(최고 16.6%) 등 다른 채소류와 과일 가격도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게 본부의 전망이다. 본부는 다만 다음달이 되면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박진석·심새롬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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