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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인구론' 왜 등장했나…일본은 왜 국립대 통폐합까지 나섰나

중앙일보

입력

6월 29일 대구 엑스코에서 ‘2017 현대ㆍ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가 열려 취업희망자들이 업체 면접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 [중앙포토]

6월 29일 대구 엑스코에서 ‘2017 현대ㆍ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가 열려 취업희망자들이 업체 면접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대학 인문계열 전공 졸업자의 취업률은 57.7%(2015년 기준)다. 인문계열 졸업생 2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의약계열(83.2%)이나 공학 계열(71.3%)과 비교하면 취업 기근은 유독 심각하다.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는 논다)이란 신조어가 괜히 나오는 아니다. 이처럼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높은 원인 중 하나는 대학이 배출하는 학생들의 전공과 실제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 수요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했다. 6일 발표한 '한국과 독일의 청년 실업률 비교와 시사점' 이란 보고서에서다.

인문계열 취업률 57.7%…의약·공학계열보다 20% 낮아 #현대경제연구원 "전공·일자리 간 미스매치…대학이 기업·사회적 요구 못 맞춰" #졸업자 2명 중 1명 전공불일치…독일보다 15% 높아 #일본도 미스매치 심각, 국공립대 인문·사회 계열 구조조정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전공과 실제 근무하는 업종·직무가 연관 있는가를 따지는 전공 불일치 비율은 한국이 50.5%에 달했다. 전공과 맞는 일자리가 없어 2명 중 1명은 전혀 공부해보지 않은 직업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고등학교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전공불일치 비율도 45.8%나 됐다.

이렇게 전공 불일치 비율이 높은 것은 기업이 원하는 전공의 구직자가 적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올 초 918개 상장사를 상대로 '2017 채용 동향' 조사를 한 결과, 전체 기업의 34.6%가 자연·이공계열 전공자를 채용하겠다고 답했다.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을 뽑겠다는 기업은 5분의 1 수준인 6.8% 그치는 등 문과 전공자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독일 고용률 추이

한국 독일 고용률 추이

이에 비해 한국과 인구·산업 구조가 비슷한 독일은 대학 등 일반교육을 받은 취업자의 전공불일치 비율이 35.7%로 한국과는 15%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마이스터 등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업교육을 받은 경우는 전공불일치 비율이 9.8%에 불과했다. 독일은 한국과 비교해 노동시장에 요구하는 인력 수요를 교육 시스템이 잘 뒷받침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높은 대학진학률도 청년실업률 상승을 부채질한다. 한국의 대학 이상 고학력자 비중은 2005년 51%에서 2015년 69%로 늘었다. 이에 비해 독일은 2015년 30%로 한국의 절반에 못 미친다. 독일은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고등학교 때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교육받아 졸업 후 바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구직난이 덜하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신규 일자리 창출 부족과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한국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청년층과 일자리 간에 양적 수급불균형 해소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보다 먼저 인력·산업 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일본도 10여 년 전부터 심각한 인력 공급·수요 불일치에 시달리고 있다. 관료 사회 진출 등을 염두에 둔 인문·사회계열 전공자가 실제 수요보다 많이 양성되고 있어서다. 이에 비해 산업현장에서 기술을 개발할 정보기술(IT) 전공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86개 국립대학의 인문·사회 과학과 사범 계열의 학부·대학원 과정을 폐지하고 공대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대학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는 사회적 요구가 큰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 제3의 화살인 ‘성장전략’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국공립대학의 기본 예산인 ‘운영비교부금’을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일본 학계에서는 “교육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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