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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건강, 지켜야 산다] #20 노년기 변비 참으면 쉽게 안 낫고 합병증 생겨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김선영 기자]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누구나 한번쯤 변비로 고생한 적이 있을 겁니다. 변비는 그만큼 흔한 증상이죠. 다이어트를 한다고 식사량을 갑자기 줄였을 때, 수분 섭취에 소홀했을 때 변비가 잘 생깁니다. 그러나 생활습관을 조금만 개선하면 곧 좋아집니다.

그러나 노인은 다릅니다. 한번 변비가 생기면 웬만해선 잘 낫지 않습니다. 특히 적게 먹거나 몸이 불편해 누워 지내는 노인은 변비가 만성화하기 쉽습니다. 대부분 대변이 나오지 않는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하지만 변비를 오래 방치하면 장이 막히거나 장에 궤양이 생겨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스무 번째 이야기는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될 증상, ‘노년기 변비’입니다.

변비는 상당히 주관적입니다. 대변보는 횟수가 줄었을 때, 한번 화장실을 갈 때 오래 앉아 있는 경우, 힘을 상당히 많이 줘야만 대변이 나올 때, 딱딱한 대변을 볼 때 등 정의가 다양합니다. 그러나 변비 여부를 따질 때 두 가지만 기억해 두세요. ‘대변보는 횟수가 일주일에 2회 미만인가’ ‘대변을 볼 때마다 과도한 힘을 주는가’입니다.

변비가 심한 노인은 그 원인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비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노화입니다. 노화는 몸속 여러 장기의 기능 저하를 유발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대장·골반근육·항문의 기능이 점점 떨어져 변비가 잘 생기는 것이죠.

특히 항문 주변의 신경이 위축되고 괄약근의 수축력이 떨어지면 대변을 밀어내는 힘이 약해집니다. 노화하면 장에 있는 신경세포의 수도 줄어듭니다. 장의 연동 운동이 활발하지 못해 변비 증상이 나타납니다.
둘째는 질병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인데요. 당뇨병을 장기간 앓고 있는 노인 중에는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혈당 조절에 실패하면 위장관 합변증이 잘 발생하기 때문이죠. 대부분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배변 능력이 떨어집니다.

뇌졸중·파킨슨병·치매 등 신경계 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장 운동과 배변 활동에 관여하는 위장 신경계가 손상돼 원활하게 배변하지 못합니다. 이때 괄약근 이완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근육이 긴장해 배변할 때 심한 통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복용약입니다. 국민병이라 불리는 고혈압 치료제 중에는 칼슘 통로 차단제(CCB)라는 게 있습니다. 칼슘 통로 차단제는 원래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근 수축력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약이 위장관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장 운동 기능을 약화시켜 대변 배출을 어렵게 만듭니다. 흔히 먹는 진통제나 철분제, 항우울제도 변비를 잘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문제는 변비를 방치할 때입니다. 대변이 장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대변의 수분 함유량이 감소합니다. 대변이 딱딱해져 배변 시 통증을 유발합니다. 돌처럼 딱딱하게 변한 대변은 노인의 약한 장을 위협합니다. 장을 압박하거나 장에 궤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배출되지 않고 쌓인 대변 때문에 직장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늘어난 직장이 요관을 누를 경우 요로감염의 일종인 신우신염이나 요실금으로 악화하기 쉽습니다. 평소에 없던 변비가 갑작스럽게 생겼다면 대장암 증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암이 항문에 가까운 대장에 생겼을 때는 변비·설사·혈변 등 배변 습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노년기 변비는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원인 질환을 관리·치료하는 게 먼저입니다. 복용약이 문제가 됐을 때는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으로 대체하는 게 좋습니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대변을 부드럽게 하거나 장운동을 촉진하는 약을 써 변비를 치료해야 합니다.

변비가 심하지 않을 때는 생활습관을 개선해 증상을 완화시켜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공복 상태에서 물을 충분히 마시면 장운동이 활발해져 대변보기가 수월해집니다. 평소에도 하루 8잔 이상 물 마시는 습관을 들입니다.

식사할 때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 위주로 먹도록 합니다. 식이섬유는 곡물·과일·해조류·채소류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도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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